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엣지 오브 다크니스 - 국가를 위한 사망유희

효준선생 2010. 6. 1. 01:23

 

 

 

 

국가의 존재는 국민의 최소한의 존립기반이다. 하지만 국가의 권력은 자주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거나 기망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잘살거나 못사는 것과는 별 관계가 없어보인다. 잘 사는 나라일 수록 국가 권력에는 온갖 음모와 협잡이 판을 치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불행한 일들은 어느새 국민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고통으로 작용한다.


이런 반정부적인 멘트가 가득찰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영화 엣지 오브 다크니스를 관통하는 일관된 화두가 그것이었다. 작게 보면 내부고발자를 딸로 둔 아버지의 고군부투처럼 보이지만 그들을 그렇게 終生의 길로 몰아 붙이는 권력의 더러운 음모에 대한 조명은 비단 미국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국가 권력을 정면에서 다루지 못하고 한 기업을 대신해 그들의 야욕을 폭로하고 있다. 물론 그 기업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영 방산업체이기 때문에 크게 보면 국가 권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무엇 때문에 내부고발자를 그토록 처참하게 살해하려고 하는 것일까


영화는 액션물처럼 보이지만 극도의 서스펜스를 중간 중간 깔아 놓았다. 비밀을 밝히는 순간 "그는 반드시 죽는다"는 일종의 공포영화의 문법을 차용했다. 그리고 비밀을 털어 놓는 순간  이미 죽음의 문턱에 다왔다는 것을 한사람, 또 한사람 죽어가는 것을 보면보면서 공포스럽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버지 역할을 맡은 멜 깁슨의 천재적 탐정놀이에 다소 진이 빠진 맛은 없지 않지만 그의 활약이 있어서 이야기는 조금씩 실타래가 풀려간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않은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역할이 악역이든 주인공이든 모두 죽는다는 데 있다. 총에 맞아서 죽고, 차 사고로 죽고 방사능에 노출되서 죽는다는 설정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모두 하나의 핵심 축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국가권력에 의해 모종의 음모, 그리고 그걸 파헤치려는 나약한 개인, 그리고 그를 둘러싼 죽음의 공포가 이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메사츠세츠로 나오지만 한국의 모기업이 터를 잡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도시가 떠오른다. 최근에 특정 질병으로 죽는 직원들이 속출하지만 아무도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 외부에 노출되나 싶다가도 그 무엇인가 의해 은폐되는 것 같은데, 영화속 조연이 말한다. 국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따져 그것을 은폐하는지 여부는 자신이 판단하고 그일만 30년째 해왔다고,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어차피 영속할 수 없는 인생인데 왜들 그리고 욕심을 부리며 사는 것인지...

 

오늘부로 명동에 있는 중앙시네마(중앙극장)이 폐관한다. 어제 마지막 시사회를 보러 가는 참에 사진기를 가져와 극장 앞과 내부사진 몇장을 찍었다. 시사회 때문에 무척 자주 가는 곳인데 이렇게 사라지다니...중앙극장과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하나 있다. 99년 일본 영화 링을 보고 나서 같이 본 친구가 무섭다고 울어 버린 일...그리고는 그가 보여준 행동에 무척이나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씁쓸한 일이지만 이젠 그런 추억도 모두 폐허속으로 사라지고 말듯하다. 극장이 있던 자리엔 오피스텔에 들어선다고 하는데 그 까짓 흔해 빠진 오피스텔이 수많은 영화팬의 추억을 대신할 수는 없다. 중앙극장...그동안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