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양한마리, 양두마리 - 자본권력하에서 그녀들은 모두 희생양

효준선생 2010. 5. 15. 01:16

 

 

 

 

 

 

 

언제부터 인지 아시는지, 인간답게 사는게 당연한 삶의 가치라고 생각했던 시절에서 남을 이기고 돈을 버는 사람이 승리자이며 그게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는 가치가 된 시점을...

외국에서 한국의 금융위기라고 부르는 아이엠에프때부터라고 본다. 그 말이 타당한 것이 그 이전까지 한국의 재벌까지도 돈을 버는 것에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았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극소수의 오너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몇째가는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 만족해 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전제속에는 절대 자신의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국외로부터의 충격에 속절없이 쓰러지는 회사들이 속출하자 이에 전에 없던 놀라움이 한국의 재벌기업에 몰아닥쳤다. 그들은 이른바 빨대처럼 시중에 떠도는 현금확보에 나섰고 그 과정에 수많은 직원들은 회사의 생존에 자신의 생존권을 무시당했다.

그것은 시작일뿐이었다. 그렇게 축적된 현금은 바로 권력의 무기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이제 몇몇의 정치인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가 아니다. 절대권력은 자본이라고 하는 돈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돈은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 큰 권력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양한마리, 양두마리는 여중 동창생 두명이 오랜만에 상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농밀하게 그린 영화다. 등장인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 두 여배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독립영화 치고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동안 두 명은 긴장과 묘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 받으며 끌고 나간다.


오피스가 밀집한 삼성동의 한 오피스텔안, 그 집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의 비서로 일하는 예원이 사는 곳이다. 이곳에 공장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데모현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나와버린 진희가 찾아온다. 둘은 중학교 동창으로 함께 연극을 했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스물네살의 청춘이다. 겉으로 보기에 예원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한다. 조금 무료해 보일뿐이다. 그에 비해 진희는 좀 심각해 보인다. 그녀의 상황은 오피스텔에서 함께 머무는 시간속에서 갈등과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둘은 조금씩 마음의 벽이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장면, 예원의 제안으로 겨울산행에 오르는 두 여자, 과연 그들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체홉의 연극 세 자매에서 언급되는 이상향 모스크바로 떠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모스크바라고 적혀있어 좀 의아했다. 모스크바는 전혀 나올 듯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극 속 장소로 적시된 그곳은 뒤로 갈수록 진하게 다가왔다. 연극 배우가 되고 싶은 진희, 그녀는 타인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배우를 꿈꾼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임시방편일뿐이다. 연극이 끝나면 다시 힘든 현실만 있을 뿐이다.

대신 예원은 그런 진희가 점점 부담스러워 진다. 그녀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자신은 좋은 회사에 다니며 편안하고 안락한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런데 둘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손을 들어주는 영화가 아니다. 설사 진희가 다시 시위현장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그녀의 삶이 대기업의 일개 직원으로 사는 예원보다 낫다고 볼 근거는 없으니 말이다.


두 여성은 서로를 보다듬어 주었어야 한다. 너도 나도 시대가 만들어 놓은 경쟁의 굴레 안에서 푼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되어 버린 현실을 아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는 옳은데 너는 그르다는 식의 이야기로는 둘다 패배자가 되고 말 뿐이다.

개인적으로 예원의 생활도 그다지 탐탁치 않아 보인다. 대학 전공을 살리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서류나 만지고 커피나 타는 신세가 과연 그렇게 많은 구직 대졸 여성들이 꿈꾸어야 하는 일일까.


암울한 세상임에 틀림없다. 누군가의 기획이 이런 거 라면 돌파구는 엉뚱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누가 손을 번쩍 들어줄 테인가. 모스크바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낯선 신인 여배우들의 얼굴이 점점 크게 클로즈업 되면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복도에서 방금 스크린에서 본 그 여배우의 얼굴과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난 안다. 신기한 느낌이다. 더 큰 성장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