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 - 깡패의 순정, 여기까지 왔다

효준선생 2010. 5. 14. 00:31

 

 

 

 

 

1987년 서울극장 한켠에 갓 스물이 된 대학생은 당시 최고의 화제작인 철수와 미미의 청춘스케치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감탄하며 영화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 큰 스크린을 가득 매우 특이한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박중훈이었고 그 극장안의 관객은 바로 나였다.

그 영화의 감독인 이규형이 돌연변이급 천재감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박중훈의 상대역이 톱스타 강수연이라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정말 파격중의 파격이었다.

80년대 후반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란 할리우드에서 수입해온 몇몇 흥행작과 홍콩의 느와르, 혹은 귀신영화등이 전부였다. 한국영화는 대개가 3류 호스티스나 시대불명의 되나 마나한 옷을 입고 나오는 요사한 여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우거나 혹은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등 뿐이었다. 이런 것들이 판칠 수 밖에 없는 이유란게 당시 서슬 퍼런 신군부하에서는 절대로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직유는 물론 은유로도 나타내서는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나온 영화가 칠수와 만수라는 작품이었다. 바로 그 영화에서 안성기와 투톱으로 나온 배우가 박중훈이었다.


이렇게 길게 배우 박중훈을 얘기하는 것은 그가 내 고교 선배여서만은 아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작년 천만 관객의 영화 해운대에도 나왔지만 존재감 미미라는 쓸쓸한 평가만을 받은 뒤 주연으로 나선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을 보면서 계속 그의 연륜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불혹의 나이의 깡패로 분장하고 있지만 그는 청춘스케치에도 껄렁거리는 이미지를 고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는 정통 깡패의 그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번 영화속에서도 때리기 보다 맞는 장면이 더 많고 그쪽 “판”에서 인정도 받지 못한다. 대신 그는 한국영화에서 자주 다루어진 깡패의 순정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두 가지 방면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88만원 세대의 미취업자, 그리고 대책없는 하류인생, 그들이 만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그린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으로 가면서 좀 지나치다 싶게 여자의 취업얘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토록 성사되지 못한 취업이 깡패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설정인데... 취지는 이해되지만 결과가 다소 억지스럽다.


감독에게 묻고 싶은 건 이 영화의 장르를 정의하자면? 이거다. 코믹멜로도 아니고 액션 느와르도 아니고 생활 드라마도 아닌 좀 어정쩡한 스탠스 속에서 박중훈의 슬랩스틱 코미디만이 웃음을 선사했으니, 어느 순간에 진지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 죄(?)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멜로는 좀 진하면서도 역경스럽게, 느와르는 달콤한 인생에 버금가게 복수혈전으로 그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간적인 강도의 미적지근한 전개라면 많은 관객이 찾을 수는 있지만 열혈 영화팬으로서는 아쉽다는 생각을 해본다.


삼촌과 조카뻘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꽤 잘어울리는 박-정 커플의 사랑이야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 맞나? 칼 맞는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