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로빈후드 - 일어서라, 양이 사자가 될때까지

효준선생 2010. 5. 20. 00:09

 

 

 

 

 

 

 

 

어느 왕조이건 간에 우매한 통치자가 수장으로 있는 한 그 나라 백성들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류역사에서 그 어떤 예외도 없다. 11세기 영국의 왕, 그 이름도 거시기스러운 존, 그의 형은 영토전쟁을 위해 원정길에 나섰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뒤를 이어 왕이 된 자, 어리석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왕의 깜냥이 되지 못한다.

선왕때의 충신들을 내쫒고 자신 입맛에 맞는 사람을 중용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자는 프랑스와 내통을 하고 영국을 집어 삼키려는 음모를 획책한다.


영화 로빈후드는 이런 당시 상황하에서 영웅의 필연적 출현을 암시하지만 주인공 로빈이 과연 그런 인물인지는 중요치 않다. 로빈은 영화속에서도 말한 것처럼 왕의 자리나 중신의 자리가 탐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그를 진심으로 따르는 벗들, 그리고 양식을 생산할 수 있는 씨앗이면 충분했다.


존왕은 외적의 출현에 의병들에게 손을 내밀고 의병들은 다시 한번 왕을 위해 궐기를 다짐한다. 그런데 이 왕이라는 자, 화장실 갈때와 나올때 말이 다르다. 프랑스군을 무찌르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거만을 떨고 식언을 해버린다. 시위하는 국민을 보며 뼈저리게 반성을 했다고 해놓고서는 이제와서 도리어 국민들이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그분처럼...


영화 로빈후드는 천년전 이야기지만 나름대로의 정치 철학을 설파한다. 그건 독재앞에 민초들은 언제든지 봉기할 것이라는 경각이었다. 세금을 뜯는데 혈안이 된 행정관들, 그리고 남는 것은 교회가 가져가는 세상, 가난한 백성들은 땅을 파고 풀뿌리에 연명하는 세상, 그런데 이제는 전쟁에 나가 목숨까지 바치라 하니, 그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자고로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보잘것 없는 석공의 아들이지만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일어나라 일어나라 양이 사자가 될 때까지”라는 격언을 가슴에 남겨준다. 비록 다 커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로빈은 그렇게 세상을 접하게 된다.


영화속에서 주인공 로빈은 멋지지만 그가 세상을 일깨우려하는 의지는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였다. 오히려 핍박 받는 몇몇 영주들과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모든 재산을 다 빼앗기도 당차게 인생을 사는 마리온의 캐릭터가 더욱 빛을 발했다. 로빈은 활쏘기와 말타기에는 달인이고 인복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데리고 산속에서 기거하는 데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병과 의적은 다르다. 과연 그의 마음속에는 어느 것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어리석은 자는 권력층으로, 나쁜 자는 프랑스인으로 그려내는 이 영화, 이번 칸느 영화제 개막작이라고 하는데 한국어로 된 자막의 “프랑스의 개”가 설마 그대로 나오지는 않겠지. 그런데 이 상황을 한국으로 옮겨 보면 어떨까 아직도 외세나 권력층의 주구로 거들먹거리며 살아가는 것이라면...


영화 한편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런 날도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