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책 요노스케 이야기 - 당신의 젊은 시절도 이렇게 뜨거웠나요?

효준선생 2010. 1. 16. 13:45

 

 

 

 

 

일본 소설 요노스케 이야기의 주인공은 요코미치 요노스케 라는 긴(?) 이름을 가진 대학생이다.

나카사키 인근에서 살다가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도쿄로 유학(?)을 온 게 이 소설의 첫머리다. 어리숙해 보이는 시골 학생의 티를 물씬 내며 도쿄에서의 첫날 밤을 달랑 이불 한 채와 보내는 그의 일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소설의 내용이 흥미진진해 진다.


우선 그의 친구들의 등장이 재미있다. 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만난 친구, 교실에서 만난 친구, 서클 가입을 통해 만난 친구와 선배들, 그리고 친구의 소개로 만난 또다른 친구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제각각이지만 별로 나쁜 캐릭터가 없다. 요노스케와 만남도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설사 상대가 여성이라고 해서 매일 그녀와 함께 있는 것도 아니고 한참 다른 친구와 잘 지내다가 유연히 길에서 만난다든지, 혹은 연락을 해서 만난다고 해도 그 관계라는 게 별로 서먹거리지 않았다. 인복이 많아서리라. 오죽하면 도쿄로 이사온 첫날 이웃집 누나가 소설 후미에 다시 등장해 그에게 너 좀 변한 것 같아, 느물거리는 것 처럼...이란 말을 했을까.


이 소설은 그 짜임새가 좀 독특하다. 물론 그가 신입생에서 점차 나이를 먹는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이 되지만 중간에 갑자기 전혀 낯선 이름이 등장해 마치 소설속의 또다른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작은 새소설의 주인공은 예를 들어 요노스케의 대학 친구의 아들이나 딸의 이름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왜 이런 식으로 지었을까?


그런데 그 이유를 나중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이 작은 소설들이 간혹등장하면서 아,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는데 유독 요노스케의 미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는 게 이 소설의 기발한 장치인 셈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미래는 존재하지만 주인공의 미래는 어느 순간 끊겨 있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요노스케는 여성에게도 인기가 좋다. 고교시절 사귀던 고향친구,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그리고 친구의 소개로 요트를 타면서 알게된 쇼코등등.. 그런데 그뿐이었다. 친구들은 만난 여성들과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는 여성에 대해 그 나이또래가 갖는 환상도 별로 없어 보였다. 오히려 키스를 하려는 순간 만난 해변가에서의 난민사건으로 인해 그의 사랑은 오히려 멀리 가버린 계기가 된다. 이 소설에서 난민 사건은 참으로 이상스럽게 그의 미래를 결정짓는 계기로 작용한다. 난민에 대한 긍휼적인 시각은 끼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씩 커지는 무엇가 때문에 그는 채 피지도 못한 젊음을 마감하는 사건이 된 것이다. 쇼코가 프랑스로 가지만 않았어도, 그곳에서 그녀가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만 먹지 않았어도...


마지막 부분은 마치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내고 자신은 사망한 고 이수현 군의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한국 유학생 김군의 이야기와 엮어 그렇게 표현해 냈다.


치열하게 살아 온 것 같지 않았던 한 젊은이의 사소하고도 진솔한 이야기가 인생을 좌우하는 계기가 되고 얻고 그의 주변인물들이 그의 인생속으로 수렴되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농밀하게 나열되고, 또 다음 이야기엔 무엇이 실릴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케 하는 힘을 가진 소설, 요노스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