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것은 언제입니까 - 부자유친(父子有親)

효준선생 2010. 5. 8. 01:12

 

 

 

 

 

 

한 남자가 나이가 들면서 가장 쉽게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밟으면서다. 그리하여 그 남자가 아버지의 자리에 도착하면 그 아버지는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한다. 어찌보면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아버지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인생의 업으로 삼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탐탁치 않을때도 많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는 커서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도 하고 자신의 아버지가 나이가 들고 같이 늙어간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면 슬쩍 그때는 왜그랬냐고 묻기도 한다. 물론 살아있을때라면...


블레이크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추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규칙을 따르지 않고 이득을 취하거나 혹은 다른 여자을 탐하는 모습에 질려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가족들에게는 독설을 퍼붓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을 다반사로 했다. 그런 아버지 곁에서 그걸 다 받아내는 어머니도 답답하게만 보였고...


시간이 흘러 블레이크가 다 큰 어른이 되고 아버지의 자리에 이르자 결국 그 아버지는 이제 운명을 할 시간이 되었다는 자연의 통고를 받는다. 영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는 그 긴제목이나 오랜 시절을 아우르는 화면을 보여준다. 당연히 브레이크가 화자가 되며 전적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물론 그 긴 시간은 순차적이지 않다. 블레이크가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만나러 고향에 도착하고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느끼고 회상신 안에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을 취했다. 그래서 좀 복잡스럽다. 그렇다고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거나 이해불가능한 스릴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10대 후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한 청소년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상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안에는 다소 버겁게 보여도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단지 그 아들이 삐딱하게 보고 있음을 넌지시 말한다. 왜 안그렇겠나. 거의 마지막 회상장면, 타지로 진학하는 아들을 포옹하며 아버지는 진심을 털어놓는다. 그 장면에서는 그때까지의 아버지와 아들간의 서먹한 오해의 소지가 모두 해체되는 기분을 가질 수 있도록 장치했다. 배우들도 관객들도...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더 늦기전에 아버지의 얼굴, 한번 더 쳐다보도록...지금까지 부정해왔던 악다구니 같은 아버지의 그림자가 결국 자신이 밟아나아갈 그 길이 될 것임을 받아들여야 할 듯 싶다.


부자로 나온 콜린 퍼스와 짐 브로드벤트의 연기력은 대단히 출중하고 안정되어 보였다. 언에듀케이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캐리 멀리건이 너무 적은 분량으로 나와 아쉬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