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녀 - 시종일관 아슬아슬 짜릿짜릿(강추)

효준선생 2010. 5. 5. 00:04

 

 

 

 

 

 

 

 

때는 바야흐로 왕권이 최고조에 이른 전제통치 시절, 중전은 회임중이고 이미 장성한 아이까지 있다. 왕의 음욕은 거세, 무수리로 들어온 여인들도 그의 하룻밤 신세가 되고 만다.

그녀들은 혹은 회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눈치챈 중전궁 상궁들은 이 사실을 중전에게 일러 바친다. 하지만 워낙 왕의 눈치를 보는지라 중전은 믿을 만한 궁궐 사람들을 시켜 회임을 한 천한 것들을 독살 시키거나 높은 곳에서 밀어 낙태를 시킨다.


이와 같은 그 옛날 궁중비사들은 낯설지 않게 들어왔다. 아마 알려지지 않은 것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왕의 존재가 사라진 오늘날에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모양이다. 설마 하겠지만 왕이 아닌 돈을 많이 가진 부자로 치환시키면 간혹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보인다.


영화 하녀는 1960년대 김기영 감독의 동명 작품의 리메이크 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오래된 영화를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오늘 본 임상수 감독의 영화를 그저 뉴 메이드 작품으로 알고 보는 편이 편견도 줄이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물론 그 판단은 적중했다.


황당한 이야기 전개일 수 있어서 말도 안돼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했지만 어느새 영화속으로 푹 잠겨버린다. 마치 하녀로 나온 그녀는 욕조속에 몸을 담그듯...


영화는 어느 이름 모를 여자의 추락자살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 여자는 이 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영화는 그 여자의 죽음을 배제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전도연의 얼굴, 그녀는 지나치리 만큼 잘 사는 그래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또 그래서 한달만 그곳에서 살아봤으면 하고 모두가 꿈꿀만 한 집으로 하녀, 정확하게는 하녀 보조로 들어간다.


그 집을 감싸는 분위는 전체적으로 컬트스럽다.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그안에는 인간의 본능이 넘실거린다. 마치 그 옛날 구중궁궐의 그것처럼, 집주인 남자는 왕이고 그의 부인은 중전이다. 그리고 오래된 상궁도 있고 외척도 들썩인다.


그안에서 하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되어 있다. 집주인의 추파를 몸으로 받아야 했고 자연스럽게 회임도 한다. 그리고 연이어 발생하는, 추측가능한 처치방법들이 난무한다.


영화 하녀는 스타일이 좋다. 군더더기나 쓸데없는 것들을 모두 배제한다. 조연도 최소한으로 배치한다. 어색한 사투리나 쌍욕도 거의 없다. 폭력장면도 꼭 필요한 곳에 쓴다. 그런데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슬아슬, 짜릿짜릿하다.


성애장면이 나오면서도 웃음이 배실배실거리고 이윽고 긴장하게 만들면서도 다음장면이 궁금해 미치게 한다. 전도연은 팜프파탈과 백치미중에서 하나를 고르려고 애쓰는 것이 확연하게 들어났다. 이것 또한 관객을 현혹한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백치미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영화, 끝까지 봐야 한다. 그리고 왜 첫 장면이 그렇게 삽입되었는지를 깨닫는데 단 1초도 걸리지 않게 만든다.


영화 하녀는 힘이 있다. 여성들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중심은 왕의 존재와도 같은 이정재의 가공할 만한 오만함이 사건을 만든다. 그의 대사 “당신의 딸이 나은 자식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나요?” 이게 그가 장모에게 뱉은 말이다. 왕이 아니라면 가능하겠는가?


많지 않은 배우들이 등장하면서도 배역의 균등비가 철저하게 지켜진 영화, 전도연과 윤여정의 선, 이정재, 서우, 그리고 박지영으로 짜여진 악의 진영이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틈이 보이지 않아 숨막히게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힘이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로 끝을 맺은 뒤 막이 내리고 나서도 다음에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