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두 남자가 꾸었다는 꿈, 우리도 꾸고 싶다

효준선생 2010. 4. 22. 01:46

 

 

 

 

 

 

 

시절이 하수상일지니 전역에서 반란이 창궐하고 그 중의 으뜸이 대동계라 하여 그 수괴는 용상까지 넘보더라. 그런데 그 수괴를 잡아 족치려는 자 역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호시탐탐 그를 노리고 있었느니 전자의 이름 석자를 이몽학이라 했고 후자는 황정학이라 했다.


황정학은 실상은 소경이지만 그의 민첩한 동작과 영민한 눈치는 눈을 뜨고 있는 자보다 훨씬 우수하다. 그가 소경이라는 사실에 연민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반란군의 수괴 이몽학을 잡겠다는 생각만으로 돌아다닌다. 그는 반란이 싫었던 것일까 바꿔 말하면 왕실 수호군이 되겠다는 말인가


이 영화의 배경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인 조선 선조때의 이야기다. 왕이라는 작자는 한심하기 짝이 없고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실익없는 당파싸움에 하루가 조용할 날이 없는 조선은 국제 정세에 어두웠던 정보력 탓에 일본에게 삼켜질 운명에 와있는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찰나 그틈을 비집고 들어온 자가 바로 이몽학을 우두머리로 한 대동계였으니 여기서 잠깐 중국 명나라 말기 이자성의 난이 생각이 난다.


명말 사회적으로 혼란한 틈을 타 봉기군은 전국 각지에서 흥기했다. 그중에 이자성군은 관군을 물리치고 기세등등하게 당시 명의 도읍지인 북경성으로 향했다. 이들에게 무서운 것은 없었다. 한편 반란군이 성안으로 들어섰다는 전갈에 놀란 숭정황제는 자금성 뒷산에 올라 목을 매고 자결을 했다. 이로써 명의 300년 역사는 종지부를 찍고 이자성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에게 하늘은 용상의 자리를 하락하지 않았다. 북경성을 접수했지만 세상사람들은 그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고 그렇게 기세등등했던 반란군들은 이내 권력의 단맛에 시들어져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동북방에서 흥기한 여진족의 후예인 후금 군대가 들어온 것은 몇 달 지나지 않아서였다. 결국 이자성군은 북경성을 소위 오랑캐들에게 내주고는 도망하다 거진 다 잡혀죽었고 이자성 역시 그들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게 청나라는 중국 대륙의 마지막 주인이 되었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시대적 배경은 조선중기였지만 어찌보면 이루지 못한 반란군(혹은 혁명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픽션이지만 핵심 스토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우리가 역사서에서 들어온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왜 이 영화는 반란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재기넘치는 상상력을 역사의 사이에 책갈피처럼 끼워 넣었지만 이루지 못한 반란의 이야기, 성공했다고 해도 그들의 힘으로 한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것 같지도 않고 철의 인간으로 캐릭터된 이몽학의 이미지를 볼때 그는 성군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반면에 세상이치를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황정학의 경우 비루한 몸에 큰 자리에 오르지도 못할 거면서도 큰 꿈을 꾼 이몽학의 앞길을 막아서기도 한다. 영화 중반에 황정학은 자신을 찌른 이몽학에게 한양에 가지 말라고 한다.

그는 이미 반란의 실패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2010년 한국, 음침하다. 제 계절은 온 것 같지도 않고 시름겨워 하는 뉴스들로 도배되는 사이 누군가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가리워진 것 같다. 달은 늘 그 자리에 떠 있지만 해가 가리고 구름이 가리고 있다. 해가 지고 구름이 비켜나면 달이 뜨는 게 세상이치이건만 반란군의 실패처럼 마음 한켠이 무거워 진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잘 편집되어 있다. 황정학(황정민 분)의 유머러스한 무술검법은 마치 성룡의 취권처럼 재미있고 복수의 초점이 제대로 잡힌 것인지 뒤로 갈 수록 희미해진 견자(백성현 분)는 신인배우 정도의 몫은 해냈다. 하지만 그 역할이 반드시 필요했는지 궁금했던 기생 백지(한지혜 분)와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다 막판에 갑자기 로맨티스트로 전락해 버린 이몽학(차승원 분)의 캐릭터는 많이 아쉽다.


이 영화가 잘된 다면 그건 전적으로 황정학 캐릭터의 공이 크고 잘못(?)된다면 반란이 너무나 무기력하게 실패하고 말았다는, 그래서 관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했다는 설정에 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야 늘, 꿈을 이루는 것을 좋아하니깐^^

왜냐하면 사나이 둘이 같은 꿈을 꾸었다고 했다면 최소한 한명은 그걸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래야 관객도 작은 꿈에 한표 던지지 않겠는가. 선거일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