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 - 가짜라도 그녀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효준선생 2010. 4. 21. 00:16

 

 

 

 

 

 

일본 어느 시골마을, 그 마을의 유일한 의사였던 중년 남자가 홀연히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를 뒤쫒는 사람은 환자가 아닌 형사들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은 이 장면에서 시작해 다시 과거 회상신으로 돌아간다. 그 마을에 두달 동안 연수차 방문한 인턴의사, 그는 그 마을의 유일한 의사로 주민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이노를 따라 다니며 대도시 병원에서는 배우지 못한 살가운 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약주고 주사 놔주는 기계적인 치료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배워 나간다.

영화속에서는 이노가 주민들에게 만세 소리까지 듣는지를 보여주는 몇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그중에 인상적인 것은 노령의 할아버지가 임종직전이라고 해서 도착해보니 그 할아버지는 다름아닌 초밥을 먹다 살점이 목에 걸린 것일뿐이다. 그런데 응급처치를 하려는 순간 주변에 앉아 있던, 내심 호상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그를 만류한다. 그것이 인지상정이었일까. 웃고 넘어가는 장면이었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주제와 맞물려 다가온다.

그 마을에는 하나 있는 딸을 동경의 병원에 보내고 혼자사는 과부가 있다. 그녀는 깊은 속병에 걸렸다. 그걸 어렴풋이 아는 이노는 애틋한 마음이 든다. 이노는 늘상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그 집을 찾아간다.


한편 인턴 의사 소마는 어느덧 임기를 채우고 그곳을 떠나기 전에 이노에게 말한다. 다음 봄에 정식으로 이곳으로 발령받아 오면 어떻겠냐고...하지만 이노에게서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만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골마을은 급한게 별로 없어 보인다. 대부분이 노인과 아이들뿐이지만 그들에게 산다는 것은 대도시 속에서 빨리빨리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아픈 것도 이노의 처방이나 받으면 그뿐인 듯 싶다. 정작 문제는 이노에게 달렸다. 진료를 하는 이노의 표정이 조금씩 힘들어 보인다. 심지어는 간호사의 지시를 받기도 한다.


이 영화 후반에 이노의 정체가 들통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간호사와 약품공급상뿐이다. 어쩌면 다른 환자들은 플라시보 효과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형사가 약품공급상을 추궁해가면 이노의 정체에 대해 캐묻지만 그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형사를 깨우쳐 준다.

의자에 앉아 있는 그는 갑자기 뒤로 벌러덩 넘어진다. 옆에 있는 형사는 무심결에 그를 받쳐준다. 그때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이 나를 사랑해서 날 도와주는 것은 아닐께요. 바로 이노는 이런 사람입니다.” 라고...  이 장면을 이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다.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노와 그가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위암 말기의 할머니, 자신의 병이 깊어 고칠 수 없음을 잘 알지만 그녀도 이노가 눈에 보이면 행복함을 느끼는 것 처럼보인다. 외로워서 일지도 모른다.


호스피스라는 직업이 있다. 인생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곁에서 말 동무를 해주는 편안한 사람. 요즘엔 돈으로 그런 사람을 구하기도 하지만 그 할머니에겐 이노가 바로 호스피스가 아니었을까?


그나 저나 도망을 친 이노는 왜 그렇게 도망을 쳤을까 그리고 남겨진 할머니에게 호스피스로서의 역할은 포기한 것일까?


영화의 맨마지막 장면이 여운을 남겨준다. 의사면허를 대신해 훔쳐가지고 나온 아버지의 이름이 박힌 소중한 펜 라이트를 포기할 정도의 그, 그는 아주 기묘한 신분으로 다시 할머니 앞에 선다. 그래서 웃을 수 있었다.


소소한 일상을 그린 영화지만 능글맞게도 가짜 의사 연기를 보여준 쇼후쿠테이 츠루베와 젊은 배우 에이테의 호흡도 좋아보이고 인간답게 사는게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 좋은 영화 한편이었다.


근데 자격증이 그렇게 중요한가? 혹시 기득권의 제 밥그릇 챙기는 수단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