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뜨개질 - 중국 민공의 이야기를 다루다

효준선생 2010. 4. 19. 00:18

 

 

 

 

 

 

 

 

중국 광저우 외곽 어느 한적하고 외진 곳에서 남녀 한쌍이 정사를 한다. 그곳은 중형버스안 맨 뒷자리다. 그리고는 이내 아무일도 없어다는 듯 그 버스를 몰고는 손님을 끌어 모은다. 한사람에 2원이라고 고함을 치는 여자는 좀 힘들어 보인다.


영화 뜨개질은 오랜만에 만난 북경 본토박이 영화다.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아니고서는 중국 영화를 제대로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이번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에 유일하게 출품된 중국 주목받는 신세대 감독인 인리촨(尹麗川)의 2008년 작품이다. 뜨개질이라는 한국 제목은 중국어 제목인 牛郞織女에서 뒷 글자만 보고 따온 모양이다. 이 단어의 한국식 표현은 견우와 직녀이므로 그냥 그렇게 해도 좋았을 듯 한데... 물론 영화속에 여주인공이 뜨개질 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아무튼 가진 것도 미래도 보장받지 못하는 시골출신의 남녀는 북경의 밑바닥 생활을 혹독하게 치룬다. 아이가 생겼지만 무리를 하는 바람에 유산을 하고 그들의 움집같은 곳에 장하리라는 여자가 찾아들어온다. 남자의 애인이라고 하기엔 나이도 많아 보이지만 억척같은 생활력을 보여주면서 잠시 활기를 찾기도 하는데, 그 과정이 절대로 합법적이지 않아 보인다.

가짜 식초를 만들어 팔다 걸려 벌금을 내기도 하고 화장품 장사를 하다 쓰러져 죽기 직전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장하리의 모습을 쳐다보면 지금 중국이 겪고 있는 압축성장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남자와 그의 어린 아내도 무력하기엔 마찬가지다.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그들 마음같지 않다.


중국 본토박이 영화는 아직 독립영화적 성격이 강하다. 자금지원도 수월치 않고 그 이면에는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중국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키고 있다고 해서 정부로부터 엄청난 검열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가 이런 고난적 영화찍기가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다. 해외영화제에서의 수상이 그것을 뒤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남자는 배를 타고 고기잡이 어선에 끌려가고 남은 여자 둘이 아이 하나를 키우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진행은 조금 투박해도 이런 영화 여운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