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다가올 그날 - 사회활동과 가정의 갈래길에서

효준선생 2010. 4. 16. 14:57

 

 

 

 

 

 

 

독일 영화에서 주류의 소재가 되어 왔던 정치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20세기 후반 그들은 심각한 이데올로기의 혼돈속에서 주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바쁜 삶을 살았다. 많은 영화들이 직간접적으로 그런 사회현상을 담아왔다.

이제 시간이 흘러 묻혀진 소재일듯한 이야기들이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 어떤 아픔을 간직하게 했는지 조명해본 영화가 바로 영화 다가올 그날이다.

이 영화에서 정치적 이슈는 잘 알 수 없다. 간간이 플래시백으로 나오는 사진들을 통해 주인공의 전력을 어렴풋이 추정해 볼 수 있으며 현재 그녀가 몸담고 있는 시민단체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예전의 정치적 호소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문제가 된 젊은 여인의 등장만 아니었다면 주인공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서 잘 살고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의 어느 국경마을, 포도농장과 포도주 가공공장을 하는 집, 남매를 키우는 부부가 살고 있다. 자식들이 좀 괴팍하지만 집주인 부부는 상당히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어느날 묘령의 여인이 등장해 그집에 머물기를 청한다. 안주인은 마뜩치 않지만 근처에 머물곳도 없어 하룻밤 지내게 한다. 그런데 이 젊은 여자는 이상한 파일을 잔뜩 가지고 있다. 카메라는 그 파일이 무엇인지 서서히 보여준다.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얼굴과 지명수배된 한 여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있고 전단지가 낡은 것으로 보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인다.


안주인은 한때 극렬 반정부 시위 전력자였다. 그 바람에 가정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그 와중에 태어난 갓난아이는 입양되기에 이른다. 오발 사고로 사람을 죽인 그녀는 프랑스로 도망쳐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럼 그때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까지라면 이 아이의 정체는 만천하에 공개된다.


하지만 정체가 밝혀진 딸과 안주인은 섣불리 혈연의 끈을 당기지 못한 채 서성거린다. 왜 자신을 방기했는지에 추궁하는 딸,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못하는 엄마, 조금씩 다가서려고 하지만 가족들 때문에 그게 쉽지가 않다.


이 영화는 결국 전직 테러리스트로 낙인이 찍힌 한 여자의 일생속에서 혈육의 정에 대해 과연 그것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 사회적 혼돈시기에 휘말려 친자식마저 버리고 타국으로 도망을 간 엄마를 딸은 용서할 수 있을까.


영화는 내내 진중하고 엄마와 딸의 갈등은 좁은 차안에서 폭발한다. 그리고 그건 일종의 화해인 셈이다. 영화의 라스트 신, 독일의 깃발이 보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는 엄마, 그녀는 수십년전의 자신의 실수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의 딸도 용서할 수 있을까


복잡한 현대화의 과정이 비슷했던 독일과 한국에서의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다. 사회변혁을 부르짖지만 그 뒤에 감춰진 아픈 개인사가 오버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