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크랙 - 그녀가 왔다. 견고했던 조직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효준선생 2010. 4. 16. 00:41

 

 

 

 

 

 

 

어떤 조직이 있다. 보스와 부하들이 똘똘 뭉쳐 별 다른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그 조직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 기존의 멤버들은 아연 긴장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따져 보면 그 조직도 이전에는 새로운 멤버를 받아들이되 기존의 분위기에 스스로 동화되는 선에서 그렇게 해왔다. 그건 새로운 멤버가 기존의 멤버의 능력을 초과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한다.

그런데 새로운 멤버가 기존 멤버들의 능력을 우선하거나 심지어 보스의 자리까지 넘보게 된다면 그 조직은 금새 위태롭게 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새로운 멤버의 등장엔 백안시가 된다. 그걸 텃세라고 한다면 영화 크랙은 그 절정의 불안감을 확실히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조직은 여리기만 할 것 같은 영국 시골학교에서 발생한다. 1930년대 세상과 조금 동떨어진 진게 아닐까 싶도록 오지에 덩그러니 세워진 여학교, 워낙 오지인 탓에 외부와도 격리된 기숙학교다. 이곳에 다이빙반은 이 학교에서 조직력 하나로 승부하는 학생들이 몰려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지도하는 깐깐하다 못해 시니컬 해보이는 여선생(에바 그린), 그녀는 여성의 독립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한밤중에 아이들을 강가로 몰고 나가 누드로 학생들과 수영을 즐기는 특이한 취향의 교사상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스페인으로부터 한 여학생(마리아 발베르드; 페넬로페 크루즈를 연상케하는 매력적인 신예 여배우)이 오면서 문제가 불거진다. 다이빙을 시범보이며 잘난척을 하던 아이들 앞에서 피아마는 보란 듯이 최고의 기술을 보여준다. 이에 선생은 학생을 격려해주지만 묘한 질투심이 생겨난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스페인의 부잣집 자제로 보이는 피아마는 조금씩 아이들의 마음을 끌어오는데 성공하지만 조장은 늘 그녀를 경계한다. 

아이들의 장난과 질투심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상당한 긴장도를 유지한다. 그렇게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선생의 집요함이 뭔가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답답한 학교분위기와 아이들의 따돌림에 마음을 잡지 못한 피아마는 드디어 학교를 도망치려하고 이를 제지하는 선생은 결국 그녀를 파국에 이르게 한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영화속 중간중간 선생도 원래 이 학교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과거의 사진을 통해 얼핏보여주지만 결말에서는 시원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게 좀 답답했지만 이 영화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공고하기만 했던 하나의 조직이 마치 물이 스며들어 풀어질때까지의 과정을 인간과 인간의 맞대결이 가져오는 관계에 대해 밀도있게 그린 스릴러물이었다.


아이들의 개성있는 연기와 피아마와 미스 지라고 불리는 선생의 미묘한 갈등구조와 대결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 특유의 음산함과 그 당시를 보여주는 의상과 배경들도 흡인력이 있었다.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