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 잘못이 아니야 - 아동학대에 대한 경고장

효준선생 2010. 4. 14. 00:21

 

 

 

 

영화 내 잘못이 아니야 는 영화가 사람의 시선을 끄는데는 그 규모와는 상관이 없음을 말해주는 특이한 영화다. 주요 등장인물들이라는 7명, 그 중에서도 3살 정도 되는 아이는 대사도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이 영화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연극 무대에서나 가능할 법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로케이션도 단출하다. 스무평도 안되보이는 작은 집, 그리고 병원, 마지막으로 집과 병원사이를 오간 자동차안, 경찰서 장면이 잠시 나오지만 설정이 그래서 그런거지 사무실을 경찰서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힘을 보여주는 강력한 무기는 바로 여주인공 에리카 리바스의 섬뜩하리만큼 냉철한 연기 덕이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 등장하는데 초반 흘러가는 장면에서 저러다 화를 벌컥 내거나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런 느낌이 연속되었다.

극성맞기가 이를데 없는 두 아들, 나이차가 꽤나는 터울임에도 동생은 지지 않고 형의 장난감을 빼앗는다. 그러던중 실수로 바닥에 떨어져 사고를 당하고 세 식구는 병원으로 달려간다. 단순한 타박상정도로 알았지만 골절상이라는 진단과 깁스를 하게 된다.

출장간 아이들의 아버지와 걱정이 되서 달려온 친정엄마, 잠시 한숨을 돌리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의사의 고소. 왜 무엇 때문에 그녀의 발목을 잡는 것일까


이 영화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보는 관객도 참을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이들이 저 지경이 될 때까지 교육은 제대로 시킨 걸까 또는 차라리 애들이 없는 편이 낫겠다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게 된다. 말도 더럽게 안듣는 장남, 거기에 지지 않는 차남, 의사가 여자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다.


서구권에서는 아이들에게 회초리라도 들면 바로 이웃으로부터 신고가 들어온다고 한다. 그만큼 인권에 대해 중히 생각한다는 것인데 내 아이를 내가 마음대로 하겠단 생각을 하는 한국인 부모들이라면 이들 나라에서는 특히 신경을 써야할 듯 싶다.


내용은 별게 없지만 핸드헬드 카메라는 배우들의 얼굴의 땀구멍까지 따라잡을 정도로 미세하고 농밀하게 표정을 잡아내려고 애쓴다. 뭔가 터질 것 같은 압축적 비장감 마저 들지만 결국 터지지 않음은 다행이다. 보는 관객으로서는 좀 아쉽긴 하지만...


처음보는 아르헨티나 영화로 포루투갈어가 처음엔 낯설지만 갈수록 익숙해지는 것도 이 영화의 몰입도가 그만큼 강했다는 반증이다. 서울국제 여성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