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베스트셀러 - 일부러 그런것은 아니었어요

효준선생 2010. 4. 13. 00:55

 

 

 

 

 

 

 

하루에 최소한 한 두개의 영화, 연극 혹은 북경관련 글을 쓰지만 한글 프로그램을 켜고 커서만 깜박이도록 놔둔 적은 별로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건 그날 본 작품이 정말 리뷰 한줄 쓰기 조차 싫어서 갈등한다는 증거다.

작가들은 일필휘지로 막 써내려가는 사람도 있지만 수없이 자료를 수집하고 메모를 하고 혹은 다른 책을 참고하면서 글을 쓴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하게도 누군가의 역작을 훔쳐오는 일이 발생하는데 간단히 표절이라고 한다.

작가에게 표절이란 사망선고나 다름없음에도 그런류의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는데는 무의식적인 도출이라고 그럴 듯 하게 이름붙여 피해나가기도 한다. 특히 요즘엔 유명 작곡가 사이에서도 그렇다고 하고 대학교수들의 논문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기도 한다.


몇 해전 꽤나 유명해서 이름만 대면 금새 알만한 여류작가가 표절에 휘말렸다. 그녀의 책은 자신이 심사를 했던 신예 작가의 그것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그 이후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바로 그 사건을 모티프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 한편이 등장했다. 영화 베스트셀러는 그 작가의 표절을 매개로 전반부는 공상허언증으로 뒷부분은 30년전 살인사건과 연루된 스릴러가 혼합되어 구성된 독특한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다.


베스트 셀러의 얼개는 마음에 든다. 크게 두개의 이야기를 두고 그 위에 표절이라는 덮개를 얹어 둔 형태인데 설사 두 개의 이야기가 중간고리에서 갑자기 표변하는 게 좀 억지스럽더라도 후반부의 강력한 히팅포인트는 관객을 지치지도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고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죽었다고 자책을 한다. 그런 와중에 터진 그녀의 표절의혹, 혼자 글을 쓰겠다고 시골 별장으로 내려가지만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넣는 상황들 뿐이다. 미친사람들의 시작은 세상사람들이 다 나를 의심해라는 하소연인데 그녀의 말이 맞는지 틀리지는지 후반부에 드러난다.


간신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그녀의 신작은 베스트 셀러가 되지만 역시 표절의혹을 받는다. 이에 그녀는 스스로가 문제의 발단이 된 시골로 내려가 무엇이 잘못된 것이지 또 자신이 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 시골 사람들, 처음에는 선량해 보이지만 후반부에 들어와서는 점차 속내를 알 수 없는 모두가 범인처럼 보인다.


여기서 큰 역할을 해준 배우가 바로 조진웅이다. 엄청난 덩치의 그는 우직하면서도 사건의 열쇠를 단단히 움켜쥔 엄정화보다 더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국가대표에서 구수한 경상한 사투리로 실제와 비슷한 스키점프 해설자로 등장한 그, 큰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다시 어둠속에서 그녀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의문의 죽음, 그 살인을 저지른 자는 따로 있었으니 그걸 찾아내는 건 영화 초반에 슬쩍 스치고 지나가는 바로 그사람이다. 궁금하다면 배우들의 크리딧순서에서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표절을 다루고 있는 영화답게 이 영화는 다른 여타의 공포나 범죄 스릴러의 공식과 미쟝센을 많이 따왔다. 좋게 말하면 오마주라고 할 수 도 있고 안 좋게 말하자면 표절을 다룬 영화가 표절했네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관객입장에서야 그런 장면을 일일이 집어내는 수고보다 영화 자체에 몰입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좀 이른 계절에 찾아온 공포영화로 보이지만 심각하게 무섭지는 않다. 대신 비슷한 장면이 지나치게 반복되는 단점이 이 영화를 해치는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 영화에 나쁜 평은 아닐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