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경 - 렌즈를 통해 보여지는 사람들의 그렇고 그런 일상들

효준선생 2010. 4. 11. 01:14

 

 

 

 

 

 

 

경상도 남강에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다. 그곳에 이상한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우선 컴퓨터 회사에 다닌다는 남자, 그는 맥 노트북을 분신처럼 들고 다닌다. 그안에 뭐가 있는지 화면상으로 잘 알 수 없다. 외계의 신호인지 중요한 프로그램이라도 들었는지, 말투도 하는 행색도 기묘하다.

그리고 낡은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고 이곳에 나타나 가출한 여동생을 찾는 다는 여자, 직장인인 듯 하나 여자는 수시로 휴게소와 인근 동네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한산미디어에 다니는 기자, 연신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면서 기자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별로 유망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는 여직원, 그녀는 적은 월급을 감수하고 이곳에서 일하며 나중에는 만주와 몽골에 가보고 싶은 꿈을 꾼다. 그에게 인터뷰를 청한 사람은 한산미디어의 기자고 그녀는 다시 동생을 찾는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 동생도 만난다.


시간은 흐르고 여자는 집을 나갔다는 동생을 발견한다. 그 동생은 베트남에서 온 불체자와 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 자리에서 머리끄댕이라도 당겨 데리고 와야 정상이건만 언니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과다망상증에 걸린 엄마와 시니컬한 언니가 싫어서 집을 나간 이른바 출가한 동생을 잡아당길 힘이 없었나 보다.


기자는 이런 이야기를 머릿속의 기억이 아니라 자신이 찍어둔 사진속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아니 우연히 발견된다. 영화 경은 영어로 뷰 파인더라고 한다. 경은 안경할 때 그 경(鏡)인 모양이다. 그리고 동생을 찾는 여자의 이름도 경, 동생이름은 부경, 한자로는 서울 경(京)을 썼다.

인간의 기억의 한계는 얼마나 될까 방금 보고 지나쳤지만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수많은 사진을 찍어두고도 나중에 사진을 정리할때서야 비로소 피사체의 정체를 발견하는 기자,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사람의 눈은 믿을게 못된다? 그러니 잘 스캔하고 있다가 기억창고안에서 하나둘씩 꺼내서 확인하라?


영화 경은 동어반복이 아니라 동경반복적인 장면이 많이 나온다. 여자의 차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반쯤 얼었는지, 아니면 퇴적물이 쌓였는지 절반만 흐르는 남강의 모습, 한사코 인터넷과 전화가 안되는 세상의 오지로 떠나겠다는 고속도로 휴게소 여직원.


반복해서 보여준 것들의 의미를 헤아리다 그냥 낯익은 독립영화의 단골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작년과 올해 네편이나 그녀의 작품을 본 양은용, 여전히 그녀의 눈매는 매섭다. 그리고 기자로 나와 패션은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 최희진등.


서울국제 여성영화제에서 볼 수 있고 정식개봉은 4월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