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 전쟁 - 일본판 고교얄개

효준선생 2010. 4. 9. 01:59

 

 

 

 

 

 

 

지금부터 30년전쯤 아니 그 이전, 한국영화계의 주류는 이른바 호스티스 영화와 학원코믹물이었다. 워낙 어린 나이인지라 전자는 골목에 붙은 허접한 포스터 이미지 말고는 기억이 없고, 대신 고등학교 형과 누나들이 나오는 학원 코믹물은 텔레비전에서도 수없이 재방송을 해준 덕에 적지 않게 기억을 하고 있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는 이승현, 김정훈등이었다. 그들은 주로 고교얄개라는 시리즈물에 자주 등장했다. 하도 말썽을 부려서 내놓은 아이들이었지만 그들간의 의리나 감동은 영화 후반을 뻔한 반전으로 몰고 가기 일쑤였다.

지금보면 하찮은 장난이지만 그 당시엔 아이디어가 상큼했던 장면도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오늘 그 시절의 장난을 도돌이해서 만든 것 같은 영화 한편을 보고 왔다. 이름하여 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 전쟁이라는 길고도 긴 제목의 일본영화

일본의 한 시골학교 학생들 6명과 경찰 한명과의 우스꽝스러운 대치국면을 몸개그와 말장난으로 버무려 놓은 그야말로 한물간 코드로 만든 영화였다. 그런데 유치하기만 한 영화에도 그냥 자리 뭉개고 봐지는게 얼마나 웃길지 뒤로 갈수록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안에는 묘한 기대 심리도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코믹연기에 대가인 다케나카 나오토는 언제나오는지, 그리고 상당히 매력적인 여배우들은 또 언제 나와줄런지등등...


내용은 보잘것 없다. 웃기려는 수준도 한참 하수다. 그럼에도 조금씩 맥놓고 앉아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요즘 내 상태가 안좋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남들 낄낄거리면 나도 부담없이 따라 낄낄대고 화면속의 애들이 오버액션해도 그래 니들 놓는거 대리만족이라도 해보자는 심산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 영화를 볼때 머리를 쥐어뜯어가면서 범인은 누굴까? 저 장면은 왜 저럴까, 고민을 하고 봐야했는지 모르겠다. 즐거우려고 보는 영화인데 도리어 머리가 복잡해지니...


카타르시스까지 얻었다고 말하기엔 낯뜨겁지만 그냥 시간은 잘 간다. 그게 고급유머가 아니었어도 좋았다. 아주 가끔은 이렇게 내가 실없는 건지 영화가 실없는 건지 흐름에 눈을 맡기는 영화도 좋은 것 아닌가.


원초적 본능에 충실했던 영화, 그래서 부담없는 영화라고 말해보는 것이다. 근데 나 고딩때 저러고 놀았나? 기억이 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