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친정엄마 - 엄마때문에 못살아라고 하더니만(강추)

효준선생 2010. 4. 3. 01:03

 

 

 

 

 

 

 

울고 싶었나 보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가슴 한께가 답답해졌던, 며칠동안 터트리지 못하면 병이 될까 싶었는데 그때문인지도 몰랐다. 영화 친정엄마는 제목도 그렇고 딸의 입장이 아닌지라 안봐도 그만일거란 생각을 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흥행이 되겠다 안되겠다라는 생각보다 영화에 이렇게 동화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겨우 100분이지만 감정선을 자극하고 눈물은 흘리지 말아야지 라고 했다가 나도 모르게 참음의 임계점을 느끼지도 못하고 어느새 주루룩 흐르는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이 영화는 작년 가을에 보았던 애자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있다. 단지 막판에 죽는 사람이 윗사람이 아니라 아랫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대사들이 어찌나 찰진지 연기가 아니라 실제 주변에 살고 있는 어느 모녀를 몰래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느낌. 두 영화 모두 사투리를 구사하지만 친정엄마에서의 전북 사투리가 좀더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애자의 천방지축 사고뭉치 스타일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말썽 부리지 않는 친정엄마에서의 지숙이 좀 더 현실적이었다.

영화 친정엄마는 시작부터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시간동안 굴곡은 많지 않았다. 너무 급작스럽지도 너무 작위적이지도 않았다. 집안의 대소사 한두개가 지나면서 영화 막판에 분명히 등장할 哀事없이 그냥 마무리 되었으면 했다. 그래도 용서해줄 마음이었다. 영화의 60%는 딸 지숙이 고향에 홀로 남은 엄마를 찾아가며 기차안에서 회상하는 씬들이며 나머지는 그녀가 엄마를 만나고 삶의 마무리를 하려는 장면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구성은 매우 흡입력이 있었고 가을 정취에 맞물려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가슴 한켠이 아리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죽었기 때문에 슬픈 것은 아니었다. 대신 어릴적 부터 유난히 딸을 사랑했던 엄마, 그 때문에 아버지가 그렇게 자기를 때리는 데도 자기가 도망이라도 가면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집안일을 할 딸을 생각한 엄마, 아들몰래 복숭아 캔 통조림을 챙겨주는 엄마, 대학진학 때문에 서울가는 딸 가방에 그동안 콩나물 100원 깎아서 모아둔 잔돈을 챙겨준 엄마. 시댁이 싫어하는 결혼을 사부인앞에서 무릎을 꿇어가며 승낙을 얻어낸 엄마. 그런 엄마에게 생떼같은 딸의 죽음은 바로 자신의 죽음이나 다름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모두 눈물을 준비한 포인트가 있었겠지만 난 아버지에 대한 아주 짧은 회상부터 시작되었다. 사랑을 느끼지 못한 부녀 관계에서도 자애가 있었다는 걸, 죽음 뒤에야 깨달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건 자신도 세상을 떠나면 남겨진 사람에게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처럼 받아들여졌다.


이 영화가 흡입력있게 다가온 것은 정말 슬픈 연기 하나는 끝내주는 김해숙과 그동안 청춘 멜로에서 재미를 못본 박진희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두 여배우의 앙상블에 있다.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웃음이 나오고 그녀의 얼굴만 봐도 슬픔이 뚝뚝 떨어지는 김해숙은 이 영화를 자신의 필모그래프 최상단에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꽤 오래전 무척이나 좋아했던 박진희, 신인시절 당당하게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가 아니면 결혼 안할래요 라고 도발적으로 말했던 인터뷰 내용이 생각나는데 아직도 결혼은 안했다고 하니...세월이 참 빨리 흘렀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그녀가 표지 모델로 나온 영화잡지를 한 권 샀다. 그냥 그녀가 표지모델이라는 이유로...


지숙은 엄마의 잔소리가 나오면 그런다.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 그런데 그말이 들어 맞았나 보다. 그리고 엄마의 나레이션. “하루가 갔다. 저세상에 먼저간 너를 만나러 가는 날이 하루 줄어들었다. 널 찾지 못할지도 모르니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날 찾아와 주렴. 난 무식해서 어디서 널 찾아야 할지 모르니까...”


영화를 보고 나서 잠시 하늘을 향해 심호흡을 해본다. 그래도 여전히 가슴이 먹먹했다. 같이 영화를 보고나온 관객이 그런다. “내 코가 루돌프가 되었네...나 빨리 집에 가야겠어....엄마 보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