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작은 연못 - 잊혀진 사건이 되길 바라는 그들에게 고하다

효준선생 2010. 4. 1. 01:27

 

 

많은 진실은 세상에 공개되지 못한채 누군가의 모략에 의해 덮혀지곤 해왔다. 그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거라는 맹신때문이기도 했다.


영화 작은 연못을 다 보고 나면 누구나 “미군, 개새끼”라는 욕이 나올 법하다. 이건 영화속 배우의 실제 대사였다. 가족이 총에 맞아 죽자 분노에 차서 그렇게 욕을 했고 그 사람 역시 죽었다.

이 영화속에서 다루어진 노근리 사건을 불편한 진실에 대한 까발림이라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말은 잘못된 것이다. 노근리 사건은 우방이라고 믿었던 미군에 의해 자행된 명백한 양민학살 사건이었고 이걸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그동안 우리에게 질곡처럼 매달린 불가촉의 성역에 대한 배반이기 때문이다.


그건 한국 전쟁이 끝나고 집권을 계속한 이승만 정권의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은” 사건 하나 때문에 나라의 안위를 일정부분 맡고 있던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수라는 허울로 감춰진 독재 권력들은 그 이후에는 수십년동안 노근리 사건의 (그들로서는) “불편한” 진실, 그래서 가급적 덮어두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아무일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던 한 마을 공동체가 난데 없이 피난길에 나서고 그들은 아무 이유없이 폭격과 총알에 맞아 죽어나갔다. 마치 사격장의 표적처럼 이리저리 도망을 치면서도, 옆사람에 총에 맞아 죽어가는데도 “설마 미군이 쐈겠어? 빨갱이가 쐈겠지” 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던 사람들, 그들은 죽거나 다치거나 혹은 가족과 이웃의 죽음을 두눈으로 목도한 채 평생을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살아 왔다. 영화가 끝나고 메이킹 필름에서 말한다. 전쟁이 나면 가장 불쌍한 것은 일반 양민들이다. 그들이 전쟁을 원하나? 그렇지 않다. 하지만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하는 것이 그들이다.


며칠전 백령도앞 바다에서 해군 초계함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그 해결은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갈수록 커지는 사건의 미스테리들...이 사건이 뉴스로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선거를 앞두고 또 북풍을 불러 일으키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군사독재 정권이 가장 자주 써먹은 선거전략,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면 결국 표심은 집권당에 몰린다는 게 아주 오래전부터 효과를 본 전가의 보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 사건은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든다. 국가 존립의 최우선인 국방을 책임지는 군인들이 대거 죽음의 길에 몰렸음에도 이나라 수반과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도 이번 사건이 그냥 묻혀지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화 한편으로 큰 울림을 줄 수도 있고 또다른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연관지어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꾸만 그쪽으로 신경이 쓰인다.

영화 작은 연못은 제한한 제작여건에서 충분히 원하는 아웃풋을 만들어 낸 것으로는 보인다. 충격적인 폭격씬에서는 저럴 수가 있나 싶고,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이 나올때는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을 보여주기만 했고 이미 알려진 노근리 사건의 뒷 배경을 좀더 파헤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미군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스스로도 인정한(총질을 하던 미군이 전화에 대고 한 대사) 죄없는 대한민국 백성을 사살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자막으로 표시된 비밀문건상의 단 한 줄로는 부족한 역사의 숨겨져온 진실 한페이지를 모두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랜 시간을 거쳐 힘들게 만들어진 영화 작은 연못 이제 스크린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때의 비극이 다시는 재현되서는 안될텐데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