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시리어스 맨 - 무엇이 그를 그토록 시름겹게 하나

효준선생 2010. 3. 29. 00:06

 

 

 

 

 

 

일상이 실타래처럼 엉켜 좀 쉬고 싶거나 혹은 누군가의 조언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일이 꼬이다 보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남자가 있다. 잘나가는 수학 교수지만 그의 가족들은 그를 한사코 그냥 놔두질 않는다. 아내는 바람이 나고 오히려 그에게 집을 떠나 호텔로 가라고 하질 않나 아들은 히브리어를 배우는 학교에 보냈더니 수업시간에 음악을 듣고 친구들과 어울려 마리화나를 피운다.

거기에 동생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내 경찰에 수배당하는 신세다. 거기에 이웃까지도 남자의 집 경계를 침범해 그의 신경을 박박 긁어 놓는다.

남자 자신도 문제다. 물론 잘나가는 천재급 수학교수지만 다음주 정년심사에 목을 매고 있다.

그는 유태인이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미국 사회의 주류사회에서 반발짝 떨어져 있다. 아이들은 그래서 이제 한물간 히브리어를 배우라고 하지만 자신이 없어 보인다. 유태인들의 성인식에 아들을 보내는 것도 그에게는 상당한 고민거리다.


그는 늘 자신은 진지한 남자라고 부르짖지만 그의 목소리엔 힘이 딸린다. 오히려 고민많은 남자처럼 보인다. 우리의 일상은 그와 얼마나 다를까 똑같은 출퇴근에 하루종일 한 공간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다. 신물이 날만도 하지만 목을 죄는 돈벌어와라는 집의 소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다.

그럴때 누군가 시원한 조언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이 남자가 찾는 구원의 랍비는 늘 바쁜단다. 유태인들에게 랍비는 정신적 조언자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랍비선생은 도통 만날 수가 없다. 문틈사이로 잠시 스치듯 본 랍비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음에도 생각하는라 바쁘단다.


영화 시리어스 맨에서의 남자는 보통 시민이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이리로 저리로 치는데 익숙해 보인다. 그렇다고 그가 풀이 죽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수업시간이면 칠판 가득히 수학공식을 채워넣는 것을 보면 일견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그의 사생활이고 코엔 형제 감독은 그의 이런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는 통기타에 비견했다. 맞는 말 같아 보인다. 기승전결의 메탈이라면 고개를 흔들며 헤드뱅잉이라도 해줄텐데, 그러지는 못한다. 이어질 듯 말 듯 한 일상은 루즈하게 또는 유쾌하면 오선지를 타고 오르내린다.

거부감은 없다. 유태인 특유의 독설이 섞인 랍비의 명쾌한 조언을 기대했건만 그 마저도 들을 수 없다. 최고의 랍비는 남자에게 그룹 에어 플레인의 멤버이름을 되내인다. 무슨 선문답처럼, 그렇다. 인생의 실타래는 전적으로 자기 스스로가 풀어나가야 한다. 그가 수학문제를 풀어가듯,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자기는 척척 풀어내지만 학생들은 어려워 죽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