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프로포즈 데이 - 인연과 사랑은 따로국밥일까

효준선생 2010. 3. 30. 00:21

 

 

 

 

 

 

 

 

사람들은 자기 인연이 아닌 듯한데도 그것을 인연이라고 생각하며 끈질지게 구애를 한다. 그리고 확인을 받아야 마음 편해 한다. 아무것도 아닌 물질적인 것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니, 보석장사들은 굶어죽지는 않을 듯 하다.


영화 프로포즈데이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거기에 로드 무비의 전형을 밟아간다. 이 정도 시츄에이션이면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설정인데 그래도 땡기는 이유는 좀 삭막하다는 이미지의 아일랜드의 풍광이 마치 관광청 홍보물처럼 아름답게 배경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용이야 뻔하다고 해도 배우들의 밟고 지나가는 장소만 들여보기만 해도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하기사 그런 멋진 배경이 없다면 이 영화 볼게 없다고 말하면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남녀 주인공역시 흠 잡을 데 없이 선량해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과연 운명일까 아닐까?


에이미 아담스의 직업은 특이하다. 안팔리는 집을 이것 저것으로 예쁘게 치장하면 집이 잘팔린다는 부동산쪽의 주선으로 데코레이션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집이 팔리면 치장품들은 모두 다시 회수해간다. 거기에 약혼남은 잘나가는 심장외과의사다. 너무 바빠서 그녀와 데이트 할 시간도 없고 훌쩍 아일랜드로 출장을 가버려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녀는 아일랜드의 전통에 따라 4년에 한 번씩 오는 윤달 2월 말일에 프로포즈를 하면 좋다는 말에 아일랜드로 가려고 한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폭우가 쏟아지며 비행기도 놓치고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과는 완전 동떨어진 시골마을, 보스턴 출신의 미국여자인 그녀는 그 동네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철부지 짓을 한다.


그녀가 머물었던 펍 레스토랑의 주인남자의 차를 타고 더블린으로 향한다. 이제부터가 이 모든 연애 이야기의 사단이 된다. 연분은 아주 우연히 찾아온다. 그런데 전제조건 하나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남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유난히 티격태격하는 그 둘, 물론 그 둘이 전제조건과 성격차를 극복하고 커플이 될 것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 흥분이나 긴장감은 전혀 없다. 그저 그들이 가는 곳, 그들의 에피소드를 기분 좋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남자의 마음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어느새 미운 정이 고운정으로 바뀌는 시점, 그녀가 떠난 것으로 오해하고 버스를 보며 아쉬워 하던 장면, 그 마음 헤아려진다. 그러나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의 사진속의 여자도 예쁘던데...무슨 사연들을 갖고 살길래...


더블린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도 먼 모양이다. 여배우를 아주 만신창이를 만들어 놓기를 수차례, 이윽고 도착한 더블린, 그곳에 에이미 아담스의 약혼남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다들 그가 미웠을 정도로 이미 남자에게 동화되어 있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집에 불이나서 60초 정도 여유가 있으면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나올텐가? 여자는 머뭇거리고 남자는 어머니의 유품인 반지를 가지고 나오겠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약혼남은 무엇을 가지고 나올까? 이게 바로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다.


당신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던져진다면 고민해서 대답해야 한다. 만약 호감을 갖고 있는 여자의 질문이라며 서슴지 말고 “당신”이라고 해야 한다. 무슨 노트북이나, 휴대폰이나 이런거라고 말하면 당신은 사랑하지만 인연이 아닌 당신의 피앙세로부터 절교를 당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