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크레이지 하트 - 노땅가수, 인생 황혼기를 노래하다(강추)

효준선생 2010. 3. 27. 00:39

 

 

 

 

 

 

 

왕년에는 나도 잘나갔는데라며 과거의 일을 자랑, 혹은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기에 자꾸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데 곁에서 보면 왕년에 잘나갔던 것을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추레함에 동정심을 갖게 한다.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왕년에 잘나가던 컨츄리송 가수 배드 블레이크는 이제 지방공연을 다니며 푼돈이나 버는 신세가 되었다. 매니저는 꼭 그런 일만 성사시켜 로봇처럼 자신을 오라가라한다. 작은 바는 그나마 양반이다. 심지어 볼링장 한켠에서의 공연엔 술이 없으면 노래 한곡 다 부를 자신도 없다.

허름한 여관방에서 술병을 끼고 보내는 밤엔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무런 미래도 없어 보였던 그에게 4살짜리 아들이 있는 진의 등장은 그를 오랜만에 설레게 한다.

인터뷰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인기라고는 시골 아줌나에게나 있을 법한 그의 이야기에 대해 그 누가 관심이나 보일까만은 기자에게 조금씩 연정을 품는 사내, 하지만 오래 머물수가 없다. 그곳에서의 공연이 끝나면 또다른 시골로 떠나야 하는 신세.


그런 남자에게 여자도 호감을 갖지만 불연 듯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주춤거린다. 마치 역마살이 끼인듯한 남자와 역마살에 끼인 남자에 불안해 하는 여자, 아이를 사이에 두고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영화 크레이지 하트는 노땅가수의 인생 마지막 페이지를 담담하면서도 곡절있게 그린 영화다. 영화라기 보다 자서전에 가까운 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며 그 사내뿐 아니라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황혼 인생에 대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 사내가 부럽기도 했다. 왕년에 비할바 못되지만 자신을 멘토라고 불러주는 후배 인기가수(콜린 파렐 분)가 있고 자신에게 곡을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떠돌때마다 자신을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어 그렇게 외롭지만은 아닌 듯 싶었다. 다만 술과 담배에 의존해 반려가 없는 허전함을 달래는 바람에 몸이 많이 망가졌고 친자식이 자신과 만나는 것을 거부하려는 장면은 안쓰러웠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자에게 청혼 비슷한 말을 꺼내보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다. 그래도 그의 인생은 어쩌면 전보다 좋아질지 모른다. 그가 사랑하는 음악이 있고 그가 사랑하는 팬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있는 로드무비의 성격이 강하고 그 무엇보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제프 브리지스와 매기 질렌할의 내공있는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들 말고도 로버트 듀발과 콜린파렐의 연기는 마치 다큐멘타리를 보는 듯할 정도로 안정감을 주었다. 다시 한번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극적이거나 눈요기가 될 만한 장면이 거의 없다. 노래가 나오고 한 늙은 남자의 쓸쓸하기만 나신이 전부다. 그러나 그것 만큼 큰 울림도 없어 보인다. 영화자체가 아닌 내 앞으로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영화 크레이지 하트,  이제 슬슬 인생 은퇴준비를 하려는 중년남성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