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밀애 - "바보"여자의 숨은 내남자 찾기게임

효준선생 2010. 3. 26. 01:11

 

 

 

 

사람들은 사랑의 상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자신이 지금까지 쏟아 부은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들은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게 되면 분노와 좌절이 차례로 온다. 그럴때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말한다. 다른 사랑을 하면 비교적 쉽게 이전 사랑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의 얼굴에 다시 또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지어야 하는 사랑스런 모습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을테니...

그런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와 호감을 드러내준다. 그것도 이전사람와 판박이처럼 닮은, 물론 그 사람이 이전 사랑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상황이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영화 비밀애는 다루고 있는 소재만큼 충격적인 내러티브가 없다. 분명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그걸 다루는 솜씨가 미흡하다. 한국에서 형제와 한 명의 여자와 사랑은 금기와도 같다. 그런데도 이상스럽게도 이런 관계 설정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은 그 불륜스러운 시퀀스를 눌러버리는, 누가 누군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혼란 때문에 "대체 누가 누구라는 거야"라는 불필요한 확인절차가 매번 뒤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이점은 영화 관람에 지독한 방해가 된다.

영화의 흐름을 좇지 못하고 배우의 스타일을 챙겨보면서 이번엔 형인가 아우인가를 따지고 “아~” 하는 순간 또다른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내 숨은 사람찾기는 포기하고 말았다.


또하나 관객을 실망하게 만든 요인은 한명의 여자로 나오는 하연이(윤진서 분), 그녀는 왜  자신의 남편조차 찾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여자로부터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헷갈려 하는지, 아무리 쌍둥이라고 해도 자기 남편을 헷갈려 할 수 있을까


끝끝내 이 두가지 난제는 해결하지 못한 듯 하다. 시종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자 난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사진이 등장하고 과거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모종의 비밀이나 반전을 기대했지만 그것도 난 이해하지 못했다. "두 번을 업게 되었다"는 말도 극 흐름속에서 유야무야 넘어갔고 그건 하얀 설백위에서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도대체 누군지 아무도 모르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나레이션, "내가 진정으로 사랑은 사람은 당신", 이라는 하연이의 말, 그때쯤 되면 당신이 누구인지 하나도 안궁금하게 된다. 그냥 지겹도록 클로즈업 해대는 두명의 배우들의 얼굴을 어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만이 생기게 된다.


감독은 아마 말하고 싶었을 게다. 이 세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신분이나 외모가 아닌 자신의 마음이 닿은 사람이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구별을 할 수 있게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 내내 하연이가 진호(형또는 동생)라고 하는지 진우(형또는 동생)라고 하는 지 잘 들리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가 형을 좋아하는지 아우를 좋아하는지 관객은 이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사랑과 배신과 처절한 복수, 즉 치정 스릴러물로 죽 나갔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빨리 이뤄지는 기적의 전환, 그걸 따라잡지 못하는 두 배우의 세 개의 배역, 어색하기만 한 특수효과, 도통 감을 잡지 못해 아직도 혼미하지만 다시 보면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구멍이 된 네 번의 불필요한 정사씬, 그걸 또 보는 것도 지루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