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반가운 살인자 - 보험금과 현상금사이에서 분투하는 백수아빠

효준선생 2010. 3. 25. 00:38

 

 

 

 

 

 

사업에도 실패하고 아내에게도 버림받은 남자가 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딸하나 있는게 유학가고 싶다는 딸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뿐, 하지만 돈이 있을 리 없는 그는 돈이 나올 궁리를 한다.

우연인지 혹은 다행인지 그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범인을 잡는데 도움을 준 제보자에게 무려 1억을 준다고 한다. 이 남자,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동네 지도를 쫘악 펼쳐놓고 범인의 동선을 잡아 나가면 심지어는 다음 범행일까지 족집게처럼 알아맞춘다.

하지만 유학비용이 1년에 1억이라는 말에 그는 다시 맥이 빠진다. 아~ 생각났다. 가출하기 전 들어 놓은 보험이 있다. 보험가액을 따져보니 자기에게 상당한 생명의 위험이 닥치면 모두 6억이라는 거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시 희망이 생긴 것이다.

남자는 생각한다. 자신이 강도를 잡는 것 보다 강도에게 잡혀 죽음을 당하는 편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이 남자 아이디어가 초딩스럽다. 관건은 어떻게 해서 그 강도와 맞닥뜨리냐는 것인데 대체 강도가 그의 앞에 나타나기나 할까 그것도 걱정이다.


젊은 경찰이 있다. 시시껄렁한 언사와 행동, 경찰소안에서도 그는 말썽이다. 늘 상사에게 얻어맞고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그, 그의 엄마는 툭하면 경찰소에 와서 데모를 하는 데모꾼이다. 부녀회장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지만 그는 엄마만 보면 속이 터진다.


영화 반가운 살인자는 제목만 봐서는 장르를 알 수 없고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반갑다는 말은 무엇일까 “그래 너 잘만났다. 너죽고 나살자”가 아니라 “어디갔다 이제 오셨어요, 저좀 죽여주세요”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인자가 반갑지 않을 리 없다. 이 남자에게는 살인자란 한강다리쯤 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남자가 자신의 딸에게 이해를 시키지 못하고 헤매는 부분에서는 좀 안쓰럽다. 오늘날 많은 아버지들이 자신을 돈이나 벌어오는 기계로 생각한다는 푸념을 한다. 그것도 과장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로봇나 광대처럼 일하고 집에서는 이미 존재감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남자의 딸은 자꾸 친구에게 아버지에 대해 묻는다. 왜 안그렇겠는가. 하지만 이집이나 저집이나 다름이 없다.


만약 내가 부모 입장에서라도 딸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할때의 자격지심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자신이 죽어서 나오는 보험금의 보상금으로 과연 딸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냥 제보나 해서 포상금을 타는 게 득이 아닐까 싶다. 하기사 아버지를 이미 버린 듯한 언사를 내뱉는 딸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정도 밖에는 안될테니 말이다.


딸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했을때는 좀 울컥했다. 나같으면 그렇게 받은 돈으로 유학가는 철부지 짓은 못했을텐데...엔딩신은 많이 아쉽다.


경찰역을 맡은 김동욱의 코믹연기는 재미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너무 일렬로 늘어 놓은 듯한 웃찾사 수준의 몸개그는 좀 지양하고 나중에 결말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버지 역의 유오성이 보기 좋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데, 그가 진짜 아버지였으면 그렇게 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영화와 잘 어울렸다. 시사회장에 나온 유오성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영화의 흥행은 언론플레이 보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물론 시사회 관객들앞에서의 말이지만 나 역시도 그 말에 비중을 더 두기에...흥행은 둘째치고라도 많이 웃을 수 있는 영화며, 서먹한 아버지와 딸이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