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무법자 -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효준선생 2010. 3. 21. 19:48

 

 

 

 

 

 

영화를 보고나서 2시간이 흘렀다.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영화 무법자에서 딱 두가지 장면만 떠오른다. 불쌍할 정도로 운이 없는 여자 이지현(이승민 분)의 연이은 겁탈 장면, 그리고 철가면 쓴 남자의 정체.

영화 무법자는 수없이 많은 유사 장르 영화의 장면들을 짜깁기 해놓은 영화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보았던 실제 살인 사건, 근데 참 이상한게 그영화(이태원~) 를 보는 내내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음에 또다시 신작영화에서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으니 아이러니컬 하기도 하고 그래, 같은 소재를 여기서는 어떻게 다루는지 보자라는 오기도 생겼다.

결과는 아쉬움이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무법자 속의 장면에 생뚱맞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이미 본 사람은 그 결말이 어떻다는 것을 알기에 심드렁해지게 마련이다. 왜 감독은 이 사건을 오정수 형사(감우성 분)의 개인사와 맞물려 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찌보면 이건 시나리오 작가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싶었다. 이태원 살인사건이 명장의 명작이라 오마주를 한 것도 아니라면, 그 점이 많이 아쉬웠다.

기교면에서는 트릭을 적절하게 썼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전반부 관객들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와 현실을 맞추는데 급급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중반부, 오정수의 아내가 과거 그의 피의자 신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가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것도 인지할때쯤 그녀는 죽었다. 그런데 그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가 아니다. 잘 생각해보니 오정수의 아내 이지현은 야쿠르트 아줌마로 나온 적이 없다.

또하나의 트릭, 마지막 장면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부비트랩과 폭약씬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는 무법자로 보이는 남자가 철가면을 쓰고 서있다. 비록 목소리는 변조되었지만 예리한 관객은 그가 분명 감우성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또한 트릭이었다. 그럼 무법자 타이틀롤인 감우성은 어디로 갔고 그의 역할은 무엇이란 말인가. 트릭은 두 번 관객의 뒷통수를 친다.


이 영화는 중간까지는 잘 끌고 왔다. 그러다가 이태원 살인사건이 겹치며 갈피를 못잡고 헤맨다. 차라리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정의의 사도, 즉 이 시대가 요구하는 액션 히어로를 탄생시켰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마치 다크맨처럼...


묻지만 살인이 횡행하는 험악한 시절, 우리는 누구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칼을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있겠냐 싶겠지만 아우디로 상징되는 수입차를 얻어타고 드라이브를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갖은 치욕과 능욕을 감수하고서라도 살아남으려는 여자의 모습처럼, 우리네 높으신 양반은 무원칙과 권력, 그리고 자본에 의해 굴종의 삶을 영위하는지도 모른다.


영화 무법자는 거칠고 잔인하다. 하지만 할리웃 슬래셔무비에 비하면 아주 약하다. 누군가 밥먹고 이 영화 보지 말라고 하던데, 너무 심약한 소리다. 동기는 없다. 무자비한 살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외면할 필요도 없다. 무법자는 외친다. 다시 한번 또 그러면 그때는 당신도 용서치 않겠다고. 영화를 보고 나서, 아쉬운 마음에 하늘을 보니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로 하늘이 노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