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솔로몬 케인 - 악마와 일당백으로 싸워 이긴다구? 다 뻥이요

효준선생 2010. 3. 19. 01:03

 

 

 

 

 

 

 

주술과 마법이 상식이나 과학보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압도하던 시기 사람들은 악마를 두려워했다. 그들은 상상인지 현실인지도 구분이 안되는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악마의 출현을 곧 자신들에게 닥쳐올 죽음의 도래라고 믿었다.


그런 때 자신을 구원해줄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은 범인(凡人)이라면 누구나 할 수 밖에 없는 최소한의 방책이었다. 我와 彼我의 구분마저 혼미스럽고 악마와 구원자의 구분이 불가할 때 스스로가 악마적 소질을 버리고 구원자가 되고 한 자가 바로 영화 솔로몬 케인의 동명 주인공이다. 


영화가 시작되자 포스터에서 보았던 그자가 한 층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살육을 일삼는 장면이 뜬다. 저자가 구원자가 맞는가? 왜 저렇게 살인을 일삼는가. 장면이 바뀌고 그는 마치 개관천선이라도 한 듯 순종적이 된다. 그에게 새로 주어진 숙명은 절대 살상을 해서는 안되는 순례의 길이었다. 대신 그의 몸에는 십자가가 새겨졌고 그는 새로운 땅을 향해 떠나는 가족과 조우한다.


그 시대는 만신창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혼돈스럽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남을 해치고 남의 물건을 빼앗은 것이 바로 삶의 나날이었다. 그런 때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을 만난 솔로몬 케인은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상기하며 그들과 동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들의 엑소더스도 멀리 가지 못했다. 그들 가족은 모두 죽고 딸은 악마의 성채로 끌려간다. 솔로몬 케인 역시 그녀의 뒤를 쫒아간다. 살상을 하지 않겠다고 신에게 약속한 그는 이제 자신의 본분, 그리고 구원의 길을 버리고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길을 선택한다. 과연 솔로몬 케인은 여자를 구해낼 수 있을지.


영화는 전반에 걸쳐 악마의 악행과 거기에 맞서는 선의 대항이 이어진다. 그런데 원래 악의 편에 섰던 솔로몬 케인이 입장을 바꾸어 악마와 맞서 싸우게 된 사연이 좀 억지스럽다. 물론 불의를 보면 못참고 대항한다는 것은 영웅을 소재로 영화에서는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그가 피를 보게 된다면 그건 신과의,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약속을 깨고 악마와 협상을 한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그보다는 어쩌면 그녀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던 정분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유언처럼 한 말, 그녀를 구해낸다면 당신은 당신이 어긴 약속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그 말을 철석같이 신뢰한다는 게 순진무구한 어린애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주변에 수많은 동료와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 가는 데도, 심지어 자기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형편임에도 그는 여자가 이미 죽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자포자기를 한다. 그렇다면 그 여자는 솔로몬 케인에게는 그녀 스스로가 구원자가 된 게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를 구원하고 그 누군가가 자신을 구원해줄 징표가 된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사랑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그 둘이 엄청난 나이 차를 극복하고 가정을 이룬다는 설정은 어니었다. 그녀의 순결한 피가 악마를 불러오고 다시 악마를 무찌르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보니 그녀는 성녀의 이미지가 아니었나 싶었다.


솔로몬 케인의 몸에는 커다란 십자가와 수많은 문신들이 새겨져 있었다. 자신의 업보처럼 주홍글씨를 새긴 것이다. 멀리서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확신을 가져 오게 만들었다.


자신의 실수로 탐욕스런 형을 불구로 만든 죄, 자신이 살던 성채에서 쫒겨나 악행을 일삼던 솔로몬 케인이 다시 마녀들이나 살면 딱 어울릴 그런 세상에서 일당백의 영웅으로 성장해 가는 것을 보니, 더 이상의 영웅은 없으려나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때 못지 않은 아수라의 오늘날 솔로몬 케인 같은 난세의 영웅이 눈에 띄지 않으니까


문제 해결 방법은 너무나 작의적이고 감독 주관적인 면이 많다. 시종일관 거칠고 음침한 분위기가 사위를 누르는 영화인지라 보고 나서도 기분이 명쾌해지지가 않았다. 밖에 싸래기 눈이 내리고 있었다. 3월 말로 가는 어느 봄날의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