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언 에듀케이션 - 영국신사, 소녀에게 인생을 가르치다

효준선생 2010. 3. 21. 00:57

 

 

 

 

 

 

 

 

 

 

 

영화 언 에듀케이션 시사회를 보고나오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명의 남자가 불쑥 “이거 우리나라 정서에는 안맞는 것 같은데...”라고 했다. 뒤 끝을 흐리긴 했지만 분명 영화의 재미와 관계없이 흥행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어투였다.

그말을 귓등으로 들은 나는 씩 웃고 말았다. 언제부터 해외의 영화가 한국인의 정서에 맞춰 수입해왔나. 보고 싶으면 보고 말고 싶으면 안보면 되는 거고, 수입사의 수익까지 감안하면서 영화를 보기에 난 한발짝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결론부터 말해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영화다. 처음부터 다 까발리거나 전혀 알려주지 않고 이미지 형상만 잔뜩 나열하는 그런 요상한 영화가 아니라 어느 정도 추측도 가능하고 혹시 아닐 가능성도 있고 전개를 알 수 없는 그런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영화가 구미에 맞는다.


그럼 이 영화가 도대체 어떻길래 호들갑인가 싶을텐데...

따지고 보면 큰 줄거리는 한국영화에서 수도 없이 써먹은 진부한 소재를 가져다 쓰고 있다. 공부잘하고 학교에서 일류대학 진학은 문제없다고 촉망받는 한 여학생이 사기꾼에게 걸려 몸버리고 나중에서야 후회한다는 그런 신파말이다. 그런데 그런 대단히 우리 정서에 많이 맞았던 소재가 엉뚱하게도 바다건너 영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니 이것도 곡을 할 노릇이다.


영국은 대체적으로 안개, 버버리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신사등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요즘엔 광우병 발생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박지성, 이청용이 축구선수로 뛰는 바람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그 어느 국가보다 좋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그 영국신사가 여자, 그것도 꽃다운 고등학교 여학생을 후린 얘기라니, 이건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흔하게 본 소재임에도 그들 나라에서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하는 통념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미성년자와의 성매매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요즘, 딸가진 부모로서의 노심초사가 영화보는 내내 반영되어서가 아닐까도 싶다. 엘리베이터 안의 그 남자도 그 정도 나이의 딸이 있을 나이로 보이긴 하더만...


아무튼지간에 신파 소재에 내가 흥미를 가졌던 것은 교육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이 해결이 안된 상태로 영화 절반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거기에 남자(피터 사스가드)의 정체를 도통 알려주지 않아 저 녀석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라고 혼돈을 줄 만큼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남자가 어린 소녀에게 “너에게 보여줄 세상의 볼거리가 너무 많아 너와 함께 그곳에 가고 싶어.” 무슨 의미로 받아들이겠는가? 만약 당신이 소녀의 부모라면?


얼씨구나 “내 딸을 데리고 세상 볼거리를 구경시켜 주게나 할까? ” 미쳤다고 할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부모들이 먼저 나서서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 장면이 전혀 말도 안되는 게 아니다. 그럴 수 밖에 없게 만들어가는 남자의 기술은 대단했다.

한 장면 더, “어린 딸이 나이 많은 남자랑 다니면 말려볼 생각을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여기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부모, 이 영화는 여기에 이르면 왜 제목이 교육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영화속 배경은 딸의 집, 학교, 그리고 거리가 대부분이다. 딸은 학교에서 배워야 할 여자로서, 성인으로서 준비해야 할 것을 거리에서 배우고 만 것이다. 부모와 학교는 그저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을 강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인생이 해피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여자의 아버지말처럼, 좋은 학교에 가야 좋은 남자에게 시집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의 딸들에게 고언(苦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생은 단지 집과 학교라는 곳에서만 배울 수 없다는 것, 어린 여자는 적지 않은 것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그제서야 한뼘 더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였다.

매우 계도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이 영화는 영국의 어느 도시의 외곽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매우 아름답게 보이고 여배우(캐리 멀리건)의 오드리 헵번 스타일의 헤어와 메이크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영국에선 만 17세면 성인 취급을 해주는 모양이므로 한국의 법리조항을 들이대며 흥분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85년생 캐리 멀리건(영화 촬영당시 스물두살)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며 영화의 프라이즈드 리스트도 화려하다. 캐리 멀리건은 4월 개봉 영화 월스트리드 머니 네버 슬립에도 나오고 피터 사스가드는 7월 기대작 데이앤 나잇에 나온다. 헬렌으로 나온 배우는 어디선가 봤다(눈매가 아주 인상적)고 했는데 찾아보니 서로게이트의 멋진 로봇으로 나왔던 로저문드 파이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