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셔터 아일랜드 - 트라우마가 망상이 되기까지를 그는 보여준다

효준선생 2010. 3. 13. 00:22

 

 

 

 

 

 

 

영화속에서 트라우마는 아주 자주 다뤄지는 소재다. 그런데 자신의 영화가 트라우마를 소재로 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밝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그걸 그런식으로 까발려버리면 그 영화는 사람들이 터부시 여기는 "미친사람들의 이야기다" 라고 한계를 짓기 때문에 영화 흥행상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대놓고 이 영화는 트라우마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그점을 감안하고 보세요 라고 메가폰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런 보는 관객입장에서는 시큰둥해질게 뻔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같은 공간에서 보는데도 누군가는 첫 번째 관문에서 또 누군가는 두 번째 관문에서 다른 누군가는 마지막 관문에 다와가는 데도 정신을 못차리고 갸우뚱거리는 현상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정신과에서 말하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건 본인이 원치 않았던 어린 시절의 충격이 성인이 되서도 자각적 증세로 나타난다는 것, 혹은 나이가 들면서 지나치게 깔끔을 떨게 되었다거나, 혹은 누군가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거나, 혹은 사물과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는 정도가 심해진다거나 하는...그건 우리가 흔히 세상이 미쳐가고 있어라고 말할 때 인식되는 것과 비견된다.


일례로 정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질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 전해지면 우선은 어쩌면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럴 수가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기억속에서 어느새 둔감해지고 만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10년전에는 다루어 질 수 없는 소재들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눈앞에 묘사되고 있고 조금 놀라는 정도로 우리는 그걸 받아들이고 있다.


연쇄살인범의 끔직한 사건이 터진뒤, 간간이 들려오는 흉악범의 이야기들도 이제는 단신으로 처리되며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자신이 피해자가 되지 않음에 안도할뿐 실상은 무덤덤해지고 만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절대 타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쟁에 참전해 많은 사람을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었던 사람은 다시 돌아와서도 그 끔찍한 기억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살인사건을 목격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트라우마는 본인이 직접 겪어야 그 심각성에 대해 감지할 수 있으며 그가 아닌 타인은 그저 “저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할 뿐이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소위 이런 "미친놈"들을 한데 모아 놓은, 완벽하게 격리된 섬의 이름을 제목으로 달고 있다. 영화는 그곳에서 사라진 흉악범을 찾는 연방수사관의 등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수사관의 집요한 수사와 의문스럽기 짝이 없는 그곳 사람들의 동태가 오버랩되면서 뭔가가 숨어있겠군나 싶었다. 그런데 수사관 테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이 좀 수상하다. 자꾸 편두통을 호소하며 아스피린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이 찾는 레이철은 너무나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녀는 레이철이 아니라는 내러이션에 난 알았다. 영화에서 보여주려는 트라우마의 주인공은 셔터 아일랜드에 머물고 있는 미친 놈들이 아니라 바로 테디라는 것을...그리고 섬안에는 부소장, 코리박사들을 중심으로 한 의심스런 모종의 계략이 있음을...하지만 그 추측은 절반만 맞았다.


영화는 줄곧 그안에 있는 사람과 수사관과의 만남과 설명으로 이어지지만 명쾌하지 않다. 자꾸 아무런 상관도 없어보이는 테디의 죽은 부인이 나타나는 게 껄끄럽기만 하다.


마지막 등대에서의 장면, 박사는 지금의 모든 사태를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가 설명하는 말조차도 그게 진실일까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더란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해, 무슨 관계가 있지 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다 가로젓다를 반복해왔지만 박사가 혹시 미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 모든 게 누군가의 꿈은 아닐까 하는 비현실적인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다.


그게 감독이 요구하는 이 영화의 성과라면 성공적이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좀 힘들었다. 추리는 가능하지만 그게 어디까지 선을 긋고 이해를 해야할지 모르는 채 138분을 몰두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걸 해내고 나자 그가 아니면 볼 이유가 별로 없었을 것 같은 이 영화 마지막, 디카프리오는 말하는 것 같았다.

“관객여러분 이제 아셨나요? 아니면 아직도?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