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어둠의 아이들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효준선생 2010. 3. 12. 00:24

 

 

 

 

 

 

▲ 영화를 볼때 이 장면이 왜 있나라고 의아해 했는데 감독의 辯을 듣고는 알았다.

조력자인줄로 알았던 멀쩡한 인간의 이중적 태도를 이 사진하나가 다 보여주고 있다.

 

 

 

전투에서 전술과 전략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영화에서 소재는 아무리 다양하게 연출이 되어도 테마 만큼은 영화가 다 끝날때까지 변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간혹 아주 “쎈” 소재를 다룸에 감독 스스로가 경도되어 테마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되면 관객들에게는 그것만큼 실망스러운 것도 없다.

왜냐하면 러닝타임을 대부분 소진할때까지 지구 어느 한구석에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이야기를 고발하는 다큐로 알았다가 마지막에 와서 그게 아니라 한 인간의 고약한 이중성을 폭로한 스릴러물이라는 것을 알면 이거야 말로 보지 말았어야할 부분에 괜히 감정의 이입을 한 것 같아 시간이 아까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어둠속의 아이들은 시놉시스도 그렇고 팜플렛상의 영화 홍보상의 구호도 그렇고 불쌍한 아동들에 대한 성적 착취와 장기밀매등을 고발한 일종의 다큐영화로 알고 보기 시작했다. 물론 영화는 138분중 120여분을 그렇게 밀고 나갔다. 그리고 흔히 보이는 복선이나 반전도 없었다. 정의의 사도처럼 보이는 기자가 사건을 파헤치고 이를 세상에 폭로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줄 알았지만 그게 아닌 그 역시 가해자였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주장하는 아동과 관련된 폭로보다는 고급 스릴러물의 소재로 더 잘 어울렸겠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태국의 어느 마을, 포주로 보이는 일단의 어른들은 골방에 아이를 가두고 성매매를 시킨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들은 성적 노리개를 지나 애완동물이나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들에게 아이들의 죽음은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그냥 돈이나 더 뜯어낼 수 있는 구실일뿐이다. 그리고 이들을 가운데 두고 일본인 기자(에구치 요스케)와 현지 자원봉사단의 일본인 게이코(미야자키 아오이)가 등장한다. 이들은 일본 부유층에서 태국아이의 장기를 사서 자신의 아이에게 이식수술을 시킬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의 작전을 편다.

물론 타의에 의해 심장을 공여할 아이는 갇혀진 상태에서 성매매를 당하는 아이들중 하나다. 그렇게 놓고 보면 이 영화의 두개의 축은 아동 성매매와 장기밀매다. 그런데도 감독의 포커스는 전자에 더 자극적으로 맞추어져 있었다. 야동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연속되고, 이를 고발하는 듯한 포즈를 보여주지만 그건 장기밀매의 대상으로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추악한 어른들의 장사속일뿐이다. 그뿐이었다.


더큰 범죄라고 볼 수 있는 장기밀매는 그 일이 벌어지는 순간 멀쩡한 아이의 생명을 유린하는 것임에도 상대적으로 무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이면에는 심장병에 걸린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일본인 부부의 이야기가 주제를 담화(淡化)시킨 이유도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장기밀매를 당하는 불특정한 아이를 구해내려고 기자는 동분서주하지만 아동 성매매를 하는 아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한걸음 물러서고 만다. 영화에도 언급하지만 한 아이를 구해낸다고 조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자기들은 눈으로 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만 한다고 읖조리는 것이다.


이상한 점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몸을 맞서며 아이를 구하려고 쓰레기 차를 뒤쫒아 가는 게이코가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앞서도 얘기 했지만 아동에 대한 성적착취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영화는 잔혹함을 넘어서 나중에는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하는 체념상태가 된 채 보게 되었다.


영화 후반부 갑작스런 액션과 총격전, 그리고 주인공의 자살과 그럼으로써 밝혀지는 그의 정체성 때문에 결국 나처럼 이 영화를 스릴러물로 간주하는 사람도 등장하게 된다. 감독 스스로가 이 영화의 장르에 대해 자신없어 하지만 이 영화는 일본인 이기에 찍을 수 있었던 다큐를 빙자한 스릴러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아동성폭력과 장기밀매를 고발한 다큐인가? 아니면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일본인 남자의 이중성을 다룬 스릴러물인가?


여기에 대한 애매한 대답, 이게 바로 이 영화가 어정쩡한 장르의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가져온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본다.   


소재는 하드보일드 했지만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소재 때문에 영화 전체의 얼개를 포기하거나 테마를 혼동해서는 안될말이다. 이 영화에 대한 정체, 시사회장에 나온 아동성폭력방지 관련단체 관계자의 뜬금없는 소리처럼 “산”으로 가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