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컴플렉스 덩어리들의 야단법석

효준선생 2010. 3. 10. 00:00

 

 

 

▲ 조니뎁의 모자장수, 모자를 쓰지 않은 모습은 아줌마 같다

 

 

▲ 밉상의 극치, 대두가 컴플렉스

 

 

▲ 이런 이미지가 주연의 조력자로 나온다는 설정도 보기 드물다

 

 

▲ 참 보기 싫었던 뚱뚱보 형제

 

 

▲ 善의 편에선 화이트 공주, 이 여자도 과잉행동장애가 아닐까 싶다. 역시 헤게모니를 두고 언니와 싸울뿐,

그래도 난 앤 헤서웨이의 쳐진 눈매가 좋다.

 

 

▲ 앨리스, 맞지도 않는 옷을 갈아입느라 수고가 많다.

 

 

 

일전에 백설공주 이야기때도 적은 바 있지만 어린 시절 워낙 서양의 동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제목만 알고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요즘 영화화 되면 나는 그것을 원작과 상관없는 완전 신 버전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게 영화를 볼때 편견을 배제할 수 있어 더 좋은 점도 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바로 그런 종류라고 보는데, 초딩생들이 대체 이런 동화를 왜 보고 앉아 있는지 알 수 없는 동화중의 하나였었다.

완전 만화영화 였다면 안볼려고 했지만 팀 버튼 감독에 조니뎁이라니 근사하지 않는가 말이다. 가위손에서의 그 그로테스크하고 컬트적 영상미에 얼마나 황홀해 했었나. 세상에는 이런 종류의 영화도 있구나 하고 말이다.


지금 다시 보면 많이 엉성할게 틀림없지만 당시의 유치찬란했던 나의 감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수작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오늘 본 버전은 2D였다. 3D 평이 별로(별로라기 보다 워낙 아바타에 길들여진, 그래서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 탓에)라서, 게다가 몇몇 입체효과를 접하려고 두시간동안 두개의 안경을 겹쳐쓰고 버티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영화에는 부제가 달려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모자장수라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앨리스가 주연이라는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조니 뎁이 맡은 모자장수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 사람도 많다는 점 때문에, 좀 아쉽다. 그래도 뎁사마의 연기는 버튼 감독의 페르소나다웠다.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 하나만 고르라면 난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줄까 말까", 이걸 말해보고자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앨리스를 포함해 전부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우선 조니뎁이 맡은 모자장수, 그는 역시 별 볼일 없는 토끼와 생쥐를 친구 삼으며 찾는 사람도 없어 보이는 모자나 만들며 지하세계(?)에서 쓸쓸하게 살고 있다. 의협심이 강하고 의리가 있고 인복도 좋아보이지만 형형한 녹색눈빛을 하고 앨리스를 좋아하면서도 제대로 표현도 못한다.

그리고 선악의 상징인 레드 공주와 화이트 공주, 둘다 기형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비단 미추의 의미가 아니다. 머리가 지나치게 커서 맞는 모자가 없는 레드는 언니로 나와 그 동네 사람들을 힘으로 다스리려 한다. 반감도 많지만 무시할 수 없는 살아있는 권력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날아다니는 괴물딱지같은 최후의 무기가 있다. 이와는 반대로 평화를 상징하는 화이트 공주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행동장애가 있어 보인다. 일종의 틱 장애처럼 말이다. 거기에 백반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하얀 피부톤, 매력적인 것은 그녀의 쳐진 눈매 뿐이다.


나머지 동물들도 백수의 왕자같은 호랑이 사자는 없고 전부 기괴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로 가득차있다. 특이한 것은 야비한 이미지로 대표되는 고양이가 여기서는 앨리스에게 도움을 주는 캐릭터로 나온다는 정도.


이 영화는 아이들이 봐도 좋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잔혹성을 깔고 있다. 마녀같은 레드 공주는 툭하면 "머리통을 날려버려"라고 소리를 지르고 실제로 모자장수의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거기에 레드 공주가 키우는 흉물스럽고 커다란 다람쥐(?)의 눈알을 뽑아내는 장면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한편 앨리스는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대한 대항마로 만든 것 같았다. 영화 초반 그녀의 집안은 그녀를 강제로 정혼시키려고 하고 또 여자이기 때문에 바지를 입는 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의 할머니는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다 늙은, 그의 언니는 바람난 형부만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토끼굴에 다녀온 앨리스는 이런 일련의 터부를 깨는 발언을 하며 자아를 찾아보려고 시도는 해보는데, 과연 영화 내내 키가 줄었다가 늘었다가를 반복하는 그녀는 행복한 것일까?

그러고 보니 엄지공주였을때와 꺽다리 공주였을때는 모두가 그녀를 비호감으로 보다가 (물론 한명의 남자는 빼고) 정상의 키를 되찾았을때 모두가 보여준 호감, 그것 역시 콤플렉스의 발로가 아닐까. 어쨌거나 케익을 먹으면 키가 좀 커지는 그런 설정...현실에선 역시 어렵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