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이자오 7번지 - 헤어짐은 사랑이 아니라면 이제는 잡아야지

효준선생 2010. 3. 11. 01:20

 

 

 

 

 

 

 

아직 대만에 가보지 못했지만 중국어를 공부하던 초창기엔 모두 대만에서 발간된 책으로 공부를 했다. 물론 선생들도 대만에서 공부를 하고 온 분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대만에 가볼까도 생각했고 다녀온 친구들은 지금처럼 아주 쉽게 해외여행을 다닐만한 때가 아닌지라 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군 미필자의 서러움을 나중에 가보자며 기약없는 기다림으로 메꿔야 했던 그 시절이었다. 그 이후 대륙이라고 부르는 중국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자 대만은 한국에 의해서도 나에게서도 점차 잊혀져 갔다. 굳이 따로 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만은 아시아 어느나라에 못지 않은 달러 보유국이었던 때가 있었고 거대 국가 중국앞에서 어엿한 독립국가임을 천명하고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나라다. 비록 민족이야 하나이겠지만 같은 민족이라고 같은 국기아래 뭉쳐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이른 강소국이라고 부를만 하다. 그런 대만이지만 연예계쪽에서는 사실 대륙을 압도하는 바가 크다. 알게 모르게 흥얼거렸던 대륙 가수의 많은 노래들은 이미 대만가수나 홍콩가수들이 불렀던 것들이고 지금은 이 세곳의 연예인들은 제집드나들 듯이 활동을 하고 있으니 지금 잘나가는 중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대만출신의 가수나 배우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 본 영화 하이자오 7번지에 나오는 가수 범일신도 중국에서 그의 앨범을 본 적이 있어 낯선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대만출신이라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사실 음악에 국적이라는 잣대를 심각하게 들이밀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간단히 내 무지의 소치라고 간주한다.


대만 제일의 도시 타이페이에 신물이 난 아카(범일신 분)는 고향인 항춘으로 내려와 다리를 다친 집배원 대신 알바를 한다. 그런데 그는 아주 괴팍한(?) 성격이라 배송해야할 우편물을 자신의 방에다 쳐박아 둔다. 그런데 그 우편물 중에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내용은 지금부터 60년전 일본이 패망할 무렵에 일본인이 대만에 남은 여자에게 쓴 일본어 편지였다.


영화는 이 편지를 읽어내려가면서 줄거리를 잡아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그 작은 마을에 일본 유명가수를 데려와야 하는데 게스트가 없다는 마을 대표의 말에 주민들은 오합지졸 밴드 멤버를 구성한다. 아카를 중심으로 그와 이렇게 저렇게 부딪치는 사람들, 심지어 동네 노인와 애까지 끼어들게 된다. 밴드 연습이 잘될리 없다. 그런데 이 밴드 연습을 책임진 여자는 바로 그 편지속 여자의 이름과 같은 도모코라는 일본 여자다.

허술한 밴드를 보며 전전긍긍하던 그녀는 아카와 조금씩 가까워 지고 공연 시간으 점점 다가온다.


영화 후반부, 관건은 이 편지를 받을 사람을 찾아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어렵사리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낸 아카는 오토바이를 타고 주인공에게 편지를 건네주고 공연장으로 달려온다.


영화는 좀 어수선 하다. 긴장감을 주려다 풀어던지고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해 깊지 않은 에피소드를 만들려다 그만두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시선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거의 예외없이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외국인이 구사하는 그 나라말,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는 모두 세가지 언어가 등비(騰飛)한다. 도모코가 구사하는 일본어와 만다린어, 그리고 동네사람들이 쓰는 민남어(대만어), 나야 만다린이 나오는 부분만 알아들으려고 하니 머리가 다 아플지경이다. 민남어도 거의 소통이 안될 정도다.


또다른 볼거리는 아열대 기후에 걸맞는 대만의 어느 시골 동네, 낙조가 드리운 해변이 멋있는 항춘은 무척이나 이국적인 모습이다. 파파야 나무가 우거지고 리조트에 나오면 바로 바닷가가 있는 그곳, 배경은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불쑥 들게 만들었다.


한편, 아카는 영화 말미에 무대위에서 노래를 다 부르고 도모코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60년전 일본행 배에 올라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일본인의 위축된 모습과는 정반대로 이번에는 대만남자가 일본여자를 꼬옥 안아주려고 한다. 어찌되었든 역사의 아픈 상처인 대만과 일본의 관계를 도식적으로 치유해보려는 이 영화는 얼마전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던 한일 남녀의 사랑이야기의 대만 버전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