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인디에어 - 누군가의 목을 치는 그의 칼, 벼리는 이유는?

효준선생 2010. 3. 9. 01:13

 

 

▲ 누군가의 목을 치는 자의 칼, 그가 그토록 벼리는 이유는?

 

 

▲ 당신은 내 인생의 저스트 이스케이프

 

  

 

▲ 이 풋내기 때문에 나 짤릴지도 몰라

 

중국에 갈때마다 짐을 싸면서 그 짐의 무게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그렇게 뿌듯 할 수가 없다. 예전과 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물건을 잘 솎아 내는 것도 일종의 고도의 기술이자 몸고생을 줄이는 노하우다.

같은 비행기를 타면서도 한사람은 자기 몸보다 다 큰 짐 때문에 낑낑거리는 것을 본다. 왜 그렇게 많은 짐을 가지고 가냐고 하면 혹시나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이것저것 넣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난 중국에서 6개월을 살면서 기내 반입용 소형 트렁크와 등에 매는 백팩, 그리고 노트북 가방하나면 족했다.


영화 인디에어의 남자 주인공 빙햄은 강연을 할 때마다 가방을 하나 놓고서는 그 안에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넣어보는 상상을 요구한다. 그리고 다시 그안에서 빼낼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것들은 넣을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자동차, 집, 그리고 친구와 가족들까지도. 여러분은 최소한 그것들은 모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걸 매는 것은 자신의 어깨다. 만약 걸어서 가야하는 여행이라면 당신은 금새 지치고 말것이다.


빙햄은 어찌 보면 현실주의자다. 그리고 냉철해보이기까지 하다. 그의 직업은 해고전문가로 수시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그의 소원은 천만 마일을 쌓아놓는 것이다. 그런대로 잘해내가는 것 같은 그의 인생에 태클이 들어왔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 만든 프로그램 때문에 그의 자리가 위태롭게 된 것이다. 후배는 경쟁상대가 된 것이다. 빙햄은 자신의 일은 절대 기계에 의존하는 일이 아니라며 후배를 데리고 출장을 간다.


그들의 출장은 바로 “당신은 해고요, 책상 정리하시오” 이말을 누군가에게 해야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건 기계적 사무처리와는 달랐다. 단순히 통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자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잡는데 최대한 도움을 주는 것도 일인 것이다. 빙햄은 베테랑답게 능수능란하게 일처리를 해낸다. 하지만 그에게도 쥐약이 있었으니 바로 가족에 대한 소홀함이다. 마흔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고 동생의 결혼식에도 간신히 갈 수 있는 외로운 인간형이다.


그런 그의 곁에 나타난 쿨한 여자, 조금씩 그녀에게 끌리는 빙햄은 동생 결혼식을 계기로 천생연분을 만났다고 생각해 그녀에게 달려가지만 그는 제대로 한방 먹는다. 오랫동안 치유가 불가능한 것처럼...


영화 인디에어는 겉으로는 마일리지 쌓는 것이 어찌 보면 유일한 인생의 낙인 것 같은 해고전문가의 일상을 뒤쫒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은 어차피 혼자인 거야. 왜 내가 힘들게 짐을 매고 가냐라고 생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더불어 자신이 소홀하게 생각했던 해고당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모종의 방법을 통해 느껴보도록 만든 장치도 근사하다. 후배는 남친에게서 문자한통으로 이별을 통고 받았고, 빙햄은 해고전문가로 일하면서 자신이 기계 때문에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절박한 상황에 빠지게도 된다.


신혼여행을 갈 돈이 없어 지인들에게 미국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찍어온 자신의 사진을 지도에 붙이는 것으로 대신하는 빙햄의 동생 부부에게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마일리지를 나눠주려고 한다. 그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영화에서는 실패로 끝난 그의 연애담이 좀 아쉽다. 결국 인간은 늘 혼자인 것일까.


원 제목은 마일리지였는데 인디에어로 바꾸었다.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껏 수상을 기대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해서 그런지...시사회가 어딘가 맥이 빠져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