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리틀 디제이 - 첫사랑의 풋풋함을 느껴보아요

효준선생 2010. 3. 5. 00:28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지만 지금 그 사랑은 곁에 없거나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더 그립고 가슴 한켠이 먹먹해져 온다. 그렇다고 가슴 저미도록 그 사랑을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어린 시절 좋아하면서도 제대로 말도 못하고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 안고 처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 다시는 그에게서 같은 말을 들을 수 없게 먼 여행을 떠나 버린 마음속의 소년, 그 아이를 대신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영화 리틀 디제이는 일본 영화의 특징인 일상에서의 디테일 뽑아내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비록 전쟁이나 재난영화에선  두각을 보이지 못하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람과의 관계, 특히 첫사랑을 집요하게 조명하는 영화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칭찬해줄 만한 영화들이 많다. 보고 나면 흔해 빠진게 사랑이야기이고 누구나 그정도 사랑은 다 해보았음에도 이상하게도 온몸이 뻐근해지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 소년이 있다. 야구 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건강한 아이였지만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고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지겨운 투병생활대신 그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방식을 찾아간다.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과정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다. 병원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끼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는 병원에 있는 방송장비를 통해 일약 희망의 전도사로서 디제이를 꿈꾼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가 틀어주는 음악은 동병상련의 환자들에게 나름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한 소녀가 있다. 교통사고로 들어온 그녀는 소년에게는 자신이 살아야 하는, 살고 있다는 희망의 빛이다. 다마키는 늘 웃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타로에게는 마치 후광처럼 보인다. 말을 하짐 않았지만 어쩌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둘은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타로의 숨은 짧아진다. 타로가 세상과 이별한 즈음, 타마키는 지독한 울음대신 이별의 입맞춤을 해준다. 그리고 그녀는 세상에 없는 타로의 꿈처럼 멋진 디제이가 되지 못하지만 음악 방송국의 피디가 된다.


영화속에서 디제이는 소통의 창구였다.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디제이의 이야기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진실이었다. 공감이었다. 영화 말미에 타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말한다. 무릇 방송은 생방송이어야 한다. 뮤직 익스프레스는 사람과 사람을 동시간대에 이어주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그래서 진실이라고.


아마 타로는 다마키의 마지막 신청곡을 틀어주지 못한 모양이다. 15년이 지난후 그가 병실에서 남긴 엽서 사연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디제이의 목소리를 통해, 그리고 자신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앞에서 흘러나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아이, 절대로 두려워 하거나 회피하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어쩌면 저렇게 담대할 수 있을까 그는 첫사랑에게 자신의 심정을 고백할 수 있었고 그런 그 앞에서 그녀는 웃어주었다. 죽어서도 소년은 행복할 것 같았다.


오랜만에 보는 어른 다마키 역의 히로스에 료코, 세월의 흔적이 그녀의 얼굴에 묻어 났다. 반가웠다. 세기말 가수로 노래를 부르던 그녀의 모습이 기억에 상감되었었는데... 이번 월말쯤 그녀의 다른 작품을 또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타로와 어린 다마키역할을 두 아역배우, 긴말이 필요없다. 직접 보고 당신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고 또 속으로 울어 준다면 이 영화, 본전은 뽑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