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디어존 - 세상의 모든 곰신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효준선생 2010. 3. 4. 01:07

 

 

 

영화 디어존을 보기전에 볼까 말까를 무척 망설였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시사회를 통해 걸러진 리뷰들이 한결같이 부정적인 멘트들로 채워진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리뷰가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건 좀 너무 했다싶을 정도의 악평도 보았기 때문에 패스를 할까 했다.

 

좋은 영화 재미없는 영화는 없다. 단지 자기와 맞는지 그렇지 않는지만 가능할 뿐이다.

그 진리가 영화 디어존과 딱 들어맞았다. 영화를 다보고 나서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를 어렴풋이 알겠다.

단 한번도 곰신(군대간 남친을 기다리는 여자를 통칭)이 된 적이 없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만나기 힘든 곳에 떨어져 있었던 경험이 없는 관객이라면 이렇게 시시한 영화도 없다고 생각했겠다는 느낌이 왔다.

그건 반대로 난, 저런 경험이 있었는데...나도 저때 저랬는데,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하는 공감이 조금씩 조금씩 폐부안으로 밀려들었다.

그러면, 이 영화는 나와 아주 잘 맞는 재미있는 영화였던 것이다.

 

 

 

▲ 이 장면이 좋다. 마치 그들이 가족처럼 보이지 않나

 

“보름”동안 사이에 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매력적인 여배우를 두편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고 치명적인 유혹과 그 세상에선 보기드문 순정파의 모습을 각각 선물해 주었다.

그것만 해도 므흣하지 아니한가. 여배우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 여자관객들이라면 채닝테이텀은 어떤가 말근육의 근사한 짐승돌의 포스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그의 몸매, 둘이 붙어 있으니, 예전에 유행하던 말, 고목나무에 매미같은 형상아닌가.


꽤나 잘 어울리는 한쌍의 커플의 아픈 실연, 아니 시련적 러브스토리를 말해야 겠다. 특수부대원 존은 휴가중에 사바나를 만난다. 물에 빠진 가방을 건져내준 덕에 조금씩 서로에 대해 친숙해져간다. 이내 친구가 된 둘, 하지만 사바나는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존은 휴가가 끝나고 다시 병영으로 돌아간다. 12개월후 그들은 다시 만난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터졌다. 바로 911사건이다. 당연히 군인들에게는 복무 연장의 스트레스가 부여되고 존 역시 어쩔수 없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이건 사랑하는 연인을 둔 청춘남녀에게는 못된 짓이다.


어느날 꾸준히 오던 사바나의 편지가 드물어지고 결국 이별의 편지가 한통 존에게 배달된다. 존은 이제 고무신 거꾸로 신은 사바나를 뒤로 하고 복무에 열중한다. 존에게는 대인기피증에 걸린 아버지가 있다. 유일한 취미인 동전 수집과 관련된 부자간의 모종의 관계, 존이 전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사바나와의 이별도 이유가 되겠지만 아버지와의 서먹한 관계도 한 몫한다.

그러던 중 부음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간 존, 장례식을 치루고 다시 사바나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던중, 그녀가 존을 떠나야하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영화 디어존은 제목 그대로 군대에 간 남자친구 존에게 보내는 사바나의 편지 머리말에 등장하는 문구다. “잘지내지? 존” 이 정도 적절한 의미일텐데... 존은 사바나가 보내는 편지속에서 전장의 시름을 달래는 모습이 연신 나온다. 이 부분은 곰신을 여친으로 두어 본 적있는 대한민국 예비역들에게는 완전 공감되는 이야기다.

군인 남친을 기다리지 못하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여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엉뚱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남자들도 군화 거꾸로 신지 않나. 하지만 그건 군대라는 폐쇄적인 조직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나오는 자기 변명일 뿐이다. 


그런데 사바나의 행동이 바로 이런 모습과 매치가 된다. 자기가 전화를 걸지 못한 이유는 목소리를 들으면 자신의 마음이 약해질거라는...이런 과정이 용서가 안된다면 그건 존에게는 견딜 수 없는, 실제로 그런 이유로 총들고 탈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지만,


존이 이별편지를 받은 후 그동안 받은 편지를 다 태웠지만 사바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건 여전히 사바나의 마음속에 존이 있었다는 건데...왜...그녀는 그런 결정을 한 것일까


영화가 이해되지 않는게 아니라  그런 경우를 맞닥뜨리지 못해서 겪는 몰이해를 탓해야 한다.


멜로 영화의 공식은 이런 저런 난관을 극복하고 순탄하게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사바나가 이별 편지를 보냈을때 많은 관객들은 거짓말이 아닐까, 최소한 다른 사람이 생겼어 이런 것은 아니길 하고 바랬겠지만 그런 바람은 무시된다. 또 재미있는 트릭은 결혼할 사람이 다들 추측했던 학교 친구가 아닌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존이 그러지 않았나 엄마의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으라고...말이 씨가 된 셈이다. 사바나는 존의 아버지를 만나고 불현듯 특수 교육학을 배우고 싶다는 말 때문에 존과 처음으로 다투게 된다. 이 장면이 아무것도 아닌 듯 싶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를 크게 뒤트는 역할을 한다.


영화는 무척이나 평온하게 흘러갔다. 채닝 테이텀과 아만다 사이프러스의 연기도 실제 연이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자극적인 장면도 몇 없었고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장면도 한두군데 뿐이다. 그런데 곳곳에 숨겨둔 미쟝센은 관객들도 모르게 물결처럼 퍼져나간 셈이고 그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해와 이해는 영원히 함께 한다는 진리를 남겨준 것이다. 


그들에게 사회적 제도인 결혼은 큰 장애가 되지 못한다. 이미 결혼을 했고 손가락에 큰 결혼 반지가 끼어져 있지만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그들은 행복할 것 같아 보였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본 것 같다. 비록 나만이 좋은 영화라고 느낄지라도...

 

▲ 고목나무의 매미같다는 말이 기억난다.

키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에게 해주던 말인데

채닝과 아만다는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