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육혈포 강도단 - 인생막장 할머니 셋이 뭉쳐 세상을 털다

효준선생 2010. 2. 22. 00:10

 

 

 

 

 

 

젊은 시절에는 나는 추하게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갖게 마련입니다. 누군들 늙어서 추레하게 단칸방안에서 쓸쓸하게 폐품이나 주으며 살기 바랄까요. 하지만 시작은 비록 얼추 비슷할지 몰라도 인생의 종착지는 모두 제각각일 겁니다.

노인문제를 다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누구나가 한 번 겪을 만한 인생의 마무리 시점에서의 이야기를 해프닝으로 다룬 영화가 육혈포 강도단입니다.


아들에게 가진 재산 다 물려주고도 대우 받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자식에게 월세를 주어야 하는 신세, 그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김치공장에 다니는 할머니.

젊은 시절 아이를 입양시키고 혼자서 살며 폐지 수집을 하는 할머니.

아들은 감방에 가 있고 화장실 청소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할머니.

스스로가 인생막장이라고 외치는 할머니 셋이 뭉쳐 어쩌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하와이 여행을 계획한다. 문제는 돈. 이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강구하며 세상을 뒤집어 엎는다. 이들의 행위는 분명히 범법행위지만 그 과정이 무척이나 코믹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결코 그들의 몫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엉뚱한 범죄에 휘말리면서 그녀들의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처지가 된다.

만약 이 상황에 이르러 포기하고 만다면 그건 이 이야기의 허무한 마무리다. 절도로 만든 돈을 강도로 빼앗기게 되자 재차 자신들의 힘으로 뺏어오자는 시도.


과연 할머니들의 소원인 하와이 여행은 성공하게 될까요?


영화는 키치적입니다. 다시 말해 영화속의 인물과 배경, 그리고 진행되는 과정이 이것은 전적으로 영화입니다 절대 현실과 혼동하지 마세요 라고 일부러 주지시켜 주는 모습이 여러곳에서 발견되는 다는 점입니다. 말이 그렇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훔치고 그 물건을 경매하고 은행에서 강도를 당하고 그 돈을 은행강도짓을 해서 되찾겠다는 설정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그냥 즐기시라는 전제가 없다면 비루한 코미디 극이 되고 말겁니다.


만화적인 요소, 세상을 좀 비틀어서 보여주고 싶은 욕구, 이런것들이 오글오글 녹아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어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들 할머니들이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대신 젊은이들에게 인생이 뭐있나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살라는 무언의 언질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억나는 대사 중에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웬수같은 사람을 모두 보내고 혼자 남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게요. 죽는 자는 남겨진 자의 슬픔을 알지 못할테니 말이죠. 행려병자 박씨의 죽음을 노트에 적어둔 할머니 아무도 그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할테니 나라도 이렇게 기억하려고, 그리고 자신의 죽음이 임박하자 그 노트에 아무개 언제 죽음이라고 스스로가 기록하네요.


여러분의 노트에는 무엇이 기록되어 있나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잘 살 자신이 있나요. 이 영화 보니 몇몇 장면에서는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 노년에 어떻게 보낼까 하고 말입니다.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곱씹어 보시기 바래요. 특히 집에 노인분들이 있는 분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