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밀크 -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거대 기득권과 맞서 싸운 남자

효준선생 2010. 2. 24. 01:38

 

 

 

 

 

 

 

 

어느 사회에서 소수자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수자란 기득권의 반대편에 서서 늘상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지탱하는 일단의 무리라고 본다면 그건 본인이 소수자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크나큰 업보에 다름아니다.

누군들 태어나서부터 소수자가 되길 원하겠나 살다보니 어느틈엔가 주류가 되지 못한 사람들, 다행히도 주변에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그들이 뭉쳐 소리를 내보지만 늘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백안시되곤 한다.

우린 나는 소수자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는 단 한부류만을 놓고 지칭하지는 않는다. 성적 소수자를 주로 일컫지만 학력의 끈이 짧은 사람, 종교적으로, 직업을 갖지 못한 사람, 혹은 소유하고 있는 경제력의 부재등, 타인에게 너는 소수자야 라고 지적을 받아야만 소수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은 소수자란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지배를 받고, 그것을 부담스럽거나 기분 나빠서 왜 나에게 이러는 거야 라고 외쳤을때 이전 보다 더 강한 압박이 들어오는 것을 분노하며 혼자 삭힐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소수자의 범주에 넣고 싶다.

과연 얼마나 소수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 밀크는 1960년대에서 70년대 활약했던 미국의 정치인 하비 밀크의 마지막 인생궤적을 따라간다. 그는 성적 소수자다. 영화는 그가 죽음을 앞두고, 영화적 장치였는지 모르지만 그의 일생을 녹음하는 것으로 큰 얼개를 짜놓았다. 그는 밝힌다. 자신의 행동이 어느 순간에 멈춰질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인해 지금까지 벽장안에 갇혀진 소수자들이 틀을 깨고 나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것은 그의 러버 스코트와 샌프란시스코로 옮겨간 뒤부터다. 카메라 가게를 시작했지만 주변의 질시와 편견은 그들을 힘들게 했고 예상외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결국 메가폰을 들게 되었다.

그의 정치입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낙선에 또 낙선,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코트는 그를 기다리지 못하고 떠났지만 하비는 드디어 시의원에 당선된다.

조금씩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럴수록 반대편의 대항도 거세졌다. 그들중엔 결국 하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물도 섞여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인권과 자신의 희망을 이야기 했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하늘의 섭리를, 종교에서 말하는 교리를 들어 그들을 추악한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 붙였다. 그러나 하비와 그 친구들은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영화속 브릭스라는 의원이 발의한 성적 소수자 활동 제한과 관련된 법안을 두고 공개토론을 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브릭스 의원은 게이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이유는 자신들의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의도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하비는 자신은 이성애자인 부모밑에서 자라나 성인이 되서 동성애자가 되었다. 만약 동성애자가 늘어나는 것이 싫어 동성애자 교사를 없애려 한다면 결국 이성애자 교사들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은 이어졌고, 그들의 발언권은 그렇게 이슈화되었다.

하비는 동료 시의원의 총탄에 죽고 만다. 이 이야기는 실화며 많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 장면은 서울에서 익숙하게 본 장면이었다. 누군가의 권력에 의해 죽은 사람을 추모하고, 누군가의 무리한 행정에 촛불을 들어 항의를 했고, 우린 소수자가 되어감을 느끼게 되었지만 그건 우리의 가슴속에서 자발적으로 퍼져 나오는 희망을 노래하려는 의지였다.

영화 밀크는 성적 소수자로서 그들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던 그리고 그 선두에 섰던 하비 밀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지만 비단 성적 소수자 뿐이 아닌 대다수의 “우리”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작은 인권에 대한 호소가 담긴 영화였다.  

실존인물을 다루었기에 당시에 사용되었던 필름이 중간에 자주 등장한다. 하비 밀크를 연기한 숀펜은 성격파 배우의 정점에 서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비 밀크는 엔딩 크리딧 맨마지막에 자료화면에 등장한다. 숀펜과 얼마나 닮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