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채식주의자 - 정신분열, 거식증, 몽고반점, 바디페인팅의 메타포

효준선생 2010. 2. 21. 00:15

 

 

 

 

 

 

영화 채식주의자의 제목은 좀 당황스럽다. 베지테리안이란 고의로 육식을 금하는 사람이라는 정의외에도 채식을 통해서도 충분히 인간에게 필요로 한 기초대사량을 섭취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 등급도 다르기 때문에 영화속 주인공 영혜처럼 극단적으로 아무 음식도 먹지 않으려는 환자급과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일단 영화를 보는 내내 두 편의 영화가 왜 맞물려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워낙 파격적인 소재와 영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긴장을 잔뜩하고 스크린을 주시했다. 영혜의 기괴한 행위가 조금씩 클라이 막스를 향해가고 가족들의 식사 장면에서 폭발할때까지는 좋아! 영화는 이런 맛이지. 했다. 그런데 미술인지 사진인지를 하는 형부의 개입부터는 또 하나의 이질적인 영화의 시작이었다. 가정사에 별다른 관심도 없어 보이는 그, 후배의 말처럼 생활력 강한 부인과 토끼같은 아들, 자기 하고픈 예술 활동을 다 하면서도 무기력에 빠져 있다.

그런데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는 처제의 몽고반점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한국인에게만 보인다는 몽고반점, 어린애들에게나 보이는 그게 다큰 아줌마의 몸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둔다. 그건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영혜의 트라우마가 정확하게 몽고반점이 사라질 즈음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남들은 정상적인 성장기를 보내며 지워보낼 몽고반점이 그러지 못한 영혜에게는 여태 몸에 남겨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영혜는 미쳤다. 그가 선택한 채식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남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일뿐 영혜는 거식증에 걸린 것 뿐이다. 종국에는 그녀는 미음조차도 피를 역류해가며 섭취를 거부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이 대척점에 있는 사람은 바로 형부다. 그는 영혜의 몸에 집착하고 자신의 예술혼을 그녀의 몸에 쏟아 부으려고 했다. 그동안 막혀있는 영감을 풀어 놓으려는 듯.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여자로서의 영혜가 보였는지 자신의 성욕을 풀려고 한다. 자신의 몸에 붓질을 해가면서 바디페인팅을 하고 그걸 촬영하지만 그건 예술작품이라기 보다 인간으로 해서는 안될 패륜적 행위를 감추려는 얄팍한 눈가림일 뿐이다.

형부도 미쳤다. 그들의 행위는 아름다운 일탈이 아닌 포르노 그래피의 남녀 주인공일뿐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그 두사람은 알지 못한다. 남자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걸 일깨워 주는 사람은 중간자 위치에 있는 자신의 아내이자 영혜의 언니뿐이다.

그녀가 없다면 이 영화는 그냥 미친 남녀의 해괴한 행위묘사로 끝났을 것이다. 그녀는 중심에 서서 과거의 회상씬을 언급해주고 자신의 남편에게 욕을 한마디 해준다.

아직 성치도 않은 아이에게 무슨 짓이냐고. 그런 언니와 형부 앞에서 영혜는 창밖을 향해 아직 바디 페인팅이 지워지지도 않은 나신을 드러낸다.

언니는 마지막 내러이션에서 채 말을 끝맺지 못한다. “꿈을 꿀 때는 그 꿈이 현실이라고 믿는다.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닐까 하고...”


영화가 아쉬운 것은 왜 영혜가 거식증과 정신 분열에 걸렸는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고 보여지는 이미지에만 매진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행을 목도했고 개에게 물리자 아버지는 그 개를 잡아 어린 영혜에게 먹였다는 사실, 충격적이지만 수 십년이 지나 영혜에게 트라우마가 현실로 다가온 계기에 대한 설명이 무척이나 부족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남편이 폭력성을 보였다거나, 혹은 신변에서 그걸 목도하고 잠재성 심인이 발발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꿈속에서 얼굴을 보았고 그것 때문에 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말만 한다.

남편과의 잠자리도 남편에게서 동물의 체취가 난다고 거부한 그녀는 몸에 꽃칠을 한 형부를 받아들이는 이중성에 대해서는 그녀가 점점 제정신이 아니구나라는 설명이 아니고서는 개연적이지 않다.


영화 채식주의자는 센 영화다. 보여진 이미지 역시 아이들은 봐서는 안된다. 그런데 성인이 봐도 다하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가 채 나오지도 못한채 끝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완전히 미치기 전까지 그녀의 입을 통해 충분히 들었으면 했는데, “너 왜그렇게 되었니” 하고 말이다. 그러지 못하니 다 보고나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건 내사랑 내곁에 의 김명민에 버금가는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를 보여준 주인공 채민서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