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 - 스크린에다 풀어놓은 논어 강독

효준선생 2010. 2. 13. 00:18

 

 

 

 

 

 

 

 

논어는 사서 중에서도 가장 고루하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학부때 전공과목을 이수해야 해서 한학기, 그것도 논어의 앞부분만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몇 년전 대학원 학생들과 논어 강독 스타디를 했다.

학이시습지는 불역낙호를 중얼거리며 심드렁해 하던 나는 뒤로 갈수록 논어에서의 "공자왈이" 그냥 나불(?)대는게 아님을 통감하게 되었다.

논어가 그 사이에 변한 것도 아니었다. 내 생각이 바뀌었다는 반증이거나 혹은 지금의 세상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놀라울 뿐이다. 공자는 수천년이 지난 오늘 그것도 외국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이런 감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지 못하지 않았을까


영화 공자 - 춘추전국시대에는 공자가 이런 것도 꿰뚫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영화 말미 그는 수많은 저작물 앞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 이 책들로 하여금 후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고나 혹은 오해 할 수도 있었으면 한다는 말을 한다. (물론 논어는 공자가 저술한 책이 아니다)


물론 논어의 내용이 백퍼센트 맞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공자는 권력의 추구를 위해 주유했다고 폄훼하기도 했으며 가끔은 제자에게 짖꿏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며 그를 희화화 하기도 했다.


아무튼 영화속 공자는 집안에 틀어 앉아 제자를 모아놓고 강연만 해대는 서생이나 훈장의 모습이 아니라 국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무공도 적지 않게 세웠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공자의 모습이 왜곡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너무 오래전 살았던 인물에 대하여 묘사한 것이니 만큼 분칠이 아니될 수가 없다. 예수와 관련된 서양의 수많은 작품들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과장으로 점철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피력할 작품이 얼마나 있겠나.


게다가 이들 작품은 그들이 남긴 저작물안에서 힌트를 찾아 냈다. 그러니 그 당시 역사서와 매치해서 아마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따분하게 살았을 법한 공자를 무척이나 다이나믹한 삶을 살다간 보스의 이미지로 그려내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공자는 춘추시기의 인물이며 전국시대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그래서 난 한국의 제목을 춘추공자나 공자 춘추라고 했으면 더 맛깔났을 거라고 생각한다.왜 이런 제목을 달았으니 알 수 없다.또 하나 중국영화, 언제까지 영어 전문 번역가에서 번역을 맡길 것인가)


중국에서 공자에 대한 열풍은 몇 년 전부터 꾸준이 있어왔다. 한때 공자는 타도의 대상이었고 그와 관련된 문화 유적도 많이 파괴된 적이 있다. 하지만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되자 공자는 지금의 중국에서 필요한 인간성에 대한 반성, 그리고 국가 통치이념으로 꽤 매력적인 인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공자와 유가는 신이나 종교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중국사람들은 그가 설파했던 여러 가치들을 오랜 세월 선조가 후손에서 유전적으로 내려주었던 인자들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살아서인지, 공자왈...이런 말을 아직도 잘 인지하고 있다.


영화는 공자의 인성부터 얘기한다. 순장 때문에 죽을 뻔한 아이를 살려내고, 제후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노나라에서 국상(지금의 특임수상)의 자리에 오르지만 살아있는 권력과의 마찰에서 밀려나 천하를 주유해야 했던 이야기, 그리고 다시 돌아와 인생의 마지막을 저술과 후학양성에 매달렸는 얼개로 진행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흐름이 스펙타클하다기 보다 옆에서 누군가 조근조근 속삭이듯 얘기하는 것 같다는데 있었다. 그의 삶 자체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고, 전쟁신을 몇 개 제외하면 이야기 전개가 무미건조했다는 것이다. 공자와 맞서는 인물도 별로 없고 그를 노나라에서 내친 대사도 계씨도 결국 그를 용서했다고 결말 지었기 때문이다.


주윤발의 카리스마는 여전했고 위나라의 여장부로 등장한 주신은 논어속 명문을 주고 받는 역할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한가지 홍콩에서 오래 활동했던 주윤발은 홍콩이 중국으로 회귀(중국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한다)한뒤 그는 캐내다로 이민을 갔었다. 그 사실에 비추어 그가 극중에서 노나라로 돌아오며 성문앞에서 절을 하며 조상의 땅으로 돌아왔다고 외치는 장면은 이미 10년이나 지난 일임에도 결국 중화민족의 대단결을 외치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보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물론 흥행과는 상관없다. 아직도 이런 류의 중국영화를 보면 반감부터 제기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점이 아쉽기만 할뿐이다. 참고로 논어를 한글 해석본이라도 대강 읽고 이 영화를 보면 그안에 나온 윤리 교과서 같은 말씀이 헛된 것이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그중에 대부분은 주윤발과 주신과의 대화속에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