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춤추는 꿈틀이 밴드 - 지렁이는 빼고 신나는 디스코 뮤직에 빠져봐요

효준선생 2010. 2. 11. 12:47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무대인사를 올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주인공이 동물을 의인화 한 경우라서다 라고 하는 말을 듣고 한참 웃었다.

사자, 호랑이, 용, 곰부터 이제 볼 수 없는 공룡에 이르기 까지 동원될 수 있는 동물은 다 나온 것 아닌가 했더니만 이제는 곤충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지렁이가 주인공이 된 만화영화가 등장했다.


영화 춤추는 꿈틀이 밴드의 영어 제목은 디스코 벌레였다. 그런데도 극중에 지렁이들은 자신들이 벌레가 아니라 꿈틀이라고 강변을 토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재미있게도 지렁이의 숙적인 탐욕스런 인간이 아니라 그들의 가수데뷔를 방해하는 곤충무리였다. 특히 풍뎅이로 보이는 뚱땡이 토니는 전형적인 립싱크 가수임에도 그들 세상에서 아이돌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으니 거기에 대적하는 지렁이들도 참으로 징한 운명을 가진 셈이다.


지렁이들은 미물인줄로 알았는데 거기에도 인간에 버금가는 성취욕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배리는 젊고 총명하고 유쾌한 친구다.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싫지만 딱히 할만한 일도 없이 똥덩어리나 파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따분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음악적 소질이 있음을 발견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같은 지렁이들은 원래 지렁이는 춤을 못 춘다는 선입견에 젖어 밴드활동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동물 세계에서 펼쳐지는 공연무대에 나설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지렁이는 원칙적으로 참가할 수 없다는 말에 실망하는 밴드 멤버들...


배리는 여자친구 글로리아의 음악성을 놀리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가수 뺨치고, 결국 욕심장이 립싱커 토니의 정체를 밝혀내고는 그를 대신에 무대에 오른다.


신나는 부기우기춤과 디스코 음악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꿈틀이 밴드, 이제 남은 것은 엄마, 아빠의 지지뿐인데...


이 영화는 징그럽단 선입견만 빼고 지렁이가 지렁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길고 미끈한 물체에 선천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팔다리가 없어 꼬리로 기타를 튕기는 모습도 매우 부자연 스럽고, 결정적으로 그들이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비약시켜 보여주는 것은 좋았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로서는 그 매력이 약해보였다.


전편에 뭔가가 쉴새 없이 꿈틀거리는 모습은 보여주었으나 웃기지도 않고 별다른 감동도 없고 귀에 울리는 낯익는 디스코 선율뿐, 심심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