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 - 다섯남자의 퍼즐게임, 그림은 완성될까

효준선생 2010. 2. 9. 00:28

 

 

 

 

키사라키 미키는 갑자기 부상한 아이돌 스타였다. 미소녀 스타일의 귀여운 이미지로 막 인기를 끌 찰나에 불의의 사고를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그녀가 죽은 지 일년뒤 모처에서는 그녀를 추모하는 모임이 있었고 그곳에 겨우 다섯명의 팬들이 모여든다.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달았지만 실상 그녀의 얼굴은 맨마지막 엔딩크리딧에서만 정상적으로 등장한다. 극중 다섯 남자들의 회상신에 잠시 등장하지만 얼굴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고 나중에 노래부르는 그녀와 동일인물인지도 불분명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칙칙한(?) 남자 다섯은 열평남짓한 방안에서 두시간동안 떠들어 댄다. 그들 스스로는 그걸 비운에 살다간 청춘 스타의 죽음을 밝히려는 애씀이었겠지만 보는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데 그들이 떠들어 대는 이야기를 죽 따라가다보면 정말로 그들이 말하는 대로, 추측하는 대로 미키의 죽음이 그려졌다. 마치 다 알고 풀어대는 소설처럼 말이다.

서로의 소개에서 시작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거기서 얻은 단서는 누군가에게 알리바이를 또 누군가에게는 살인의 멍에가 뒤집어 씌워진다. 이런 일련의 추리는 결국 극중에서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은 미키의 자신에게 까지 도달하며 그녀의 죽음이 결국 그녀 스스로의 행위에 있었음에 이르게 되면 모두가 아하 하고 어이없거나 허탈해 한다.

그런데 정말로 미키는 그들 말처럼 좀 황당한 이유로 죽었을까?

경찰에, 매니저에, 단골 가게의 종업원에, 옛날 남친에, 아버지까지 모여서 한 이야기라는 게 자살로 남은 사고사?

진짜로?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은 영화속의 아이돌의 죽음을 파헤치는 추리극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만나는 텔레비전과 가십잡지에서 만나는 아이돌 스타들, 그들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본적도, 만난 적도 없으면서 쉴새 없이 떠들고 이야기를 가공해 내며 즐거워한다. 인터넷에서는 실재하지도 않는 이야기들을 실어 나르며 몇몇 연예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키사라키 미키는 다섯 남자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가공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흔히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남자들처럼 그들로 그들이 좋아라 하는 젊은 여자들의 스캔들과 조금은 변태스러운 상상력을 총동원해내 즐거워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극중 오구리 슌이 모아둔 그녀의 사진 스크랩을 들여다 보면서 한결같이 즐거워 한 것처럼 말이다.

엔딩 크레딧까지 다 끝나고 또 한명의 사내가 등장해 지금까지 너희들이 알고 있던 키사라기 미키의 사인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하며 다섯명을 모아두고 윽박지르듯이 말한다.

결국 그들은 퍼즐을 다 맞추긴 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잘못된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어그러진 그런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영화를 보고 나니, 자살로 결말지어진 몇몇 연예인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이 죽고 우린 얼마나 수없이 자신의 잣대로 그들을 평가했을까

이 영화는 연극으로 올려도 좋을 듯 싶었다. 대사톤과 진행, 그리고 오로지 방 하나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뱅뱅도는 공간설정, 원작 소설이 그렇다고 하니 원소스 멀티유즈로 다시 탄생한다면 그것도 좋을 듯 하다.

부담없이 즐기기엔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겐 조금 무리가 될 듯 싶었다. 누가 아까 어떤 소리를 했는지 기억을 해내야 감독과 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엔딩 크리딧까지 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점 기억해야 한다. 키사라키 미키짱을 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