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의형제 - 시대가 만든 불쌍한 가장들의 기막힌 동거(강추)

효준선생 2010. 2. 6. 00:35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환경조건이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상당한 호재가 된다는 사실은 쉬리나 공동구역 JSA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에도 실미도, 태극기를 휘날리며등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얼마나 한국인에게 다원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새삼 알게 해주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기존의 영화에서 이런 분단국가의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극한의 파국만을 고집했던 반면, 다시 말해 극복의 대상으로 삼아 철저한 응징만이 흥행의 보증수표다라고 믿었던 반면 영화 의형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것 같은 개인적 사생활에 주목하고 나섰다.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말해 때려잡자 빨갱이가 아니라 제대로 된 가정을 갖지 못한 불쌍한 가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서로 보다듬어 가다보니 남들이 말하는 행복이 있더라 하는 것이다. 남과 북의 정보원 출신이 만나 총질과 주먹싸움을 했다고 해도 이 영화를 가족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 큰 줄기에서 나온다.


영화 의형제는 호평일색이다. 이미 본 사람도 그렇고 오늘 본 나도 조금도 토를 달게 없어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업적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룬 소재를 진부하지 않도록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절대로 지루하지 않도록 영화적 재미와 배우들의 균형감 있는 연기들로 채워넣었다는 데 있다.


근래 들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완벽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의 전체적 얼개를 네모라고 할때 기존의 많은 영화들은 형사와 경찰등은 모두 절반의 오른쪽에, 간첩, 도둑, 기타 나쁜 의미의 배역들은 나머지 오른쪽만을 사용하게 하고 둘이 중간에서 만날때는 정확하게 정중앙근처에서만 치고 받고 싸우다가 결국 경찰이나 형사가 이기는 걸로 끝을 냈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두 주요 배역이 왼쪽에 몰려 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가있기도 하고 혹은 좌우의 섹터를 맞바꾼채 서로를 대적하는 이색적인 형국이 되기도 했다.


이 영화가 가족 영화라는 것에는 송강호와 강동원이 맡은 인물이 국정원 직원이라기 보다 흥신소 사장이 더 잘 어울리고 악랄한 남파 간첩이라기 보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 하는 낭만자객이라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은 두 남자의 심리전도 한 몫 거둔다. 거기에 들어나지는 않지만 가족, 가정은 쉴새 없이 관객들에게 당신의 가정은 행복하냐고 묻는다.

송강호의 아내는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가서 그곳에서 국제결혼을 했다. 송강호는 딸아이의 이름이 에이미로 바뀌었다고 한탄하며 전처 몰래 딸과 전화를 하는 것으로 소회를 달랜다.

강동원은 북에 혼자 남겨진 아내를 그리워 하며 가족을 빼내 오기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그 외에도 베트남 처녀들의 가정폭력에 시달려 도망친 이야기들이 쉴새 없이 나오며 단순한 남북 갈등의 이데올로기 영화가 아님을 시사한다.


영화 결말에도 나타난 것처럼 강동원은 아무도 배반하지 않았고 아무도 자의적으로 해치지 않았다. 아파트 중도금이라고 표현한 가족을 빼내오기 위한 자금 마련 때문에 국정원 직원임을 뻔히 알면서도 송강호와 동거를 하고 송강호 역시 그가 빨갱이 간첩 간나쌔끼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의 도망간 베트남 처녀를 찾아내는 솜씨와 나중에 받을지 모르는 포상금 때문에 그와 함께 머무르는 생활인에 불과했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영화를 인정이 넘치는 활극이 되게 한 것이고 거기에서부터 피를 나눈 형제에 버금가는 정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림자로 불리는 독한 간첩의 활약이 이둘을 한데 엮어주는 접착제 노릇을 해냈으며 이 그림자의 역할이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간첩의 전형이 아닐까 싶었다. 그림자를 무사히 제거함으로써 이 영화는 국정원을 비롯한 보수쪽에서도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보이며 비록 그가 간첩 출신이지만 그의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게끔 많은 사회단체들이 움직였다는 설정이 그들의 호응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서대문 가재울 재개발 지역에서의 카체이싱과 공장에서의 액션, 그리고 그림자와의 한판대결이 만든 강렬한 이미지와 베트남 불체자 문제와 오피스텔에서의 두 남자의 기막힌 동거 장면이 조금도 루즈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 것은 송강호의 유연한 애드립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전우치에서 실망했던 강동원도 어느 정도 맞는 역할인 듯 싶었을 정도로 보였으니...


완숙한 영화는 적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 재미까지 있는 영화는 보기 드물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웰메이드 영화라는 평에 나도 한표 던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