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식객 김치전쟁 - 가장 맛있는 김치는 엄마의 손맛에서 나온데요

효준선생 2010. 2. 7. 00:11

 

 

 

 

 

 

 

 

어느 아동심리학자왈,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는 집안의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견지한다는 것이다. 이말을 거꾸로 하면 어머니가 어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지 않거나 가공식품이나 외식등으로 한끼 식사를 때운 경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말이 틀리지 않는 이유가 나 역시 어린 시절 음식 잘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이 참 부러웠다. 도시락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난 늘 같은 반찬만 해 간 기억이 난다. 물론 커서도 누가 해주는 것 보다 내가 만들어 먹은 횟수가 월등하니 누가 만들어 놓은 음식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 식당밥도 그저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 그 이상의 가치를 느껴본 적도 없다.


영화 식객 김치전쟁의 시놉시스를 책임진 각본과 감독은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많은 먹거리들, 그리고 아름답게 시각처리를 할 수 있는 것들에 비해 김치의 시각적 퍼포먼스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극중에서도 2백여가지나 되는 김치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입으로 넣어봐야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실제 현실에서 먹는 김치라는게 보는 맛에서 그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무기로 들고 나온 것은 퓨전이었다.


한국음식의 세계화의 첫 걸음 퓨전, 하지만 이 퓨전이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서양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가미되고 배제된 맛이란 과연 그걸 한국음식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영화의 가장 굵은 뼈대인 경연은 모두 3차례 등장했다. 그중 두 번은 퓨전음식으로 치장을 했으니 결국 보기 좋은 떡은 퓨전으로 가고 마지막 핵심만 전통으로 마무리 한 것이다. 솔직히 마지막에 등장한 고춧가루가 범벅인 김치는 그게 바로 한국의 맛임에 충분히 알고 있지만 먹는 장면도 그렇고 그다지 호감가지 않았다.


문제는 결국 전통이 퓨전을 이긴다는 설정인데 막무가내로 전통만 주장할 수 없어 넣어놓은 장치가 바로 엄마의 손맛인 듯 싶다. 장은과 성찬, 그리고 사내의 공통점은 모두 엄마의 부재를 맛의 상실로 간주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다소 억지스러워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지명수배자가 엄마의 밥상이 그리워 찾아왔다가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모습이나 자신을 버린 엄마의 김치통을 부여잡고 울다가 그 이후에 그가 만든 김치에서는 쓴맛이 난다는 설정, 요정에서 일했던 엄마에게 모성을 느끼지 못한 장은의 이해할 수 없는 적대감은 이 영화가 그냥 요리 경연대회와 맛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끝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 들 정도였다.

예를 들어 대량 생산 방식의 공장김치와 재래식 소규모 엄마표 김치와의 갈등 같은...


김치전쟁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결국에 김치맛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 하는 한국인 특유의 모성본능과 그를 찾아헤매는 자식의 도리, 그렇게 귀결시켜버렸다. 김치가 기무치가 될 수 없듯이 영화 식객 역시 맛깔스런 영화가 되지 못한 아쉬움은 이렇게 남았다.


빚더미에 올라 앉았던 춘양각이 무슨 수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서울 종로 한구석에 있어 보이지 않은 장소 헌팅도 미스였다. 어쩌면 지자체들이 서로 나서서 이름좀 박아달라고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전체적으로 그 맛은 충분히 느껴졌지만 비릿한 맛이 나는게 젓갈을 과하게 써서 그런 맛이 나는 우리집 올 김장김치 맛과 비슷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