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유윌미스미 - 공항은 떠나는 사람을 기억하겠죠

효준선생 2010. 2. 4. 00:01

 

 

 

 

 

 

 

 

 

공항은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래서 공항에 갈때마다 비록 내가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날때가 아니더라도 가슴 한켠에는 묵직한 가슴시림이 전해져 오곤 한다.

그 느낌이 좋지는 않다. 누굴 배웅할때면 한동안은 만날 수 없다는 서러움이, 비행기를 타기위해 수속을 밟는 그 분주함마저도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쉴새없이 찾아대는 공항의 아나운서 멘트 마저도 우울하다. 그안에 내가 있고 나를 찾는 사람이 있고, 혹은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곳일지라도, 공항은 그곳으로 가기에도 그곳을 벗어나기에도 무거운 추가 달린채 심연의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준다.


그곳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테다. 누구는 지긋지긋한 대한민국을 떠나 이민을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땅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돈을 모아 잠시 여행을 다니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 어느 힘든 나라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곳으로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을 가기 위해 잠시 체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하루종일 공항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평생의 업을 이어가는 직원들도 있을 것이다.


공항은 하나의 세상이며, 그곳은 한국이 되기도 하고 외국이 되기도 한다. 수만가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수만의 사람들이 왔다 가는 곳, 공항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 유 윌 미스미를 보았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였다. 특유의 산만한 대화가 이어지고 줄거리를 이어가려면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했지만 이내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등장인물이 반복되고 스토리 라인보다 만남과 헤어짐에 집중하게 되자 그제서야 웃음도 배시시 흘릴 수 있었다.


셀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즐거운 사연보다 아픈 사연들이 많다. 심지어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까지 등장한다. 가족들은 그들을 보내고 뒤돌아 선다. 하지만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인연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동안의 질곡도 공항을 벗어나면서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한다.


여러명의 상황이 펼쳐졌는데 그중에서도 암환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베스트 셀러 작가를 만나고 그에게서 받은 비망록을 비행기안에서 만난 어린 꼬마의 가방에 넣어주는 장면이 인상에 남았다. 그 꼬마는 바로 그 베스트 셀러 작가를 호되게 비평한 편집장의 딸이었다.


관객들이 유쾌하게 웃었던 장면은 역시 자신을 왕자로 불러준 여자를 찾아 공항을 헤집고 다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오해를 자신의 인연으로 만들어가려는 모습도 유쾌했다.


각각의 스토리를 조금만 줄여서 농밀하게 그려냈으면 더욱 좋았겠다 싶었다. 각자의 사정을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전반부를 놓치는 바람에 뒤로 갈수록 힘을 얻기 시작한 후반부가 아쉽게만 느껴졌다.


사람은 늘 헤어지고 또 만난다. 그게 많은 사람들이 교차하는 공간인 공항이라면 그곳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 될 것이다.

영화속에서는 프랑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아프리카에서 밀입국한 흑인 청년이 개선문을 보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것을 보면서 또다른 희망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