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퀼 - 강아지 한 마리에게서 배운 희생이라는 이름 (강추)

효준선생 2010. 1. 30. 01:05

 

 

 

 

 

영화 퀼은 영화에 등장하는 맹도견의 이름이자 예전에 펜대로 쓰였던 깃털이라는 뜻의 영어단어다. 개를 비롯해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 퀼의 강아지와 개는 단순히 애완용이라기 보다 인간과 반려의 존재로서 살다간, 영화 자체가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한 고마운 개에 대한 송가처럼 들렸다.


하얀 털을 자랑하는 강아지(리트리버 종)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귀여워"를 연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눈도 채 뜨지 못한 강아지들, 그런데 유독 허리쪽에 검은 반점을 가진 강아지에 포커스가 놓인다. 주인은 그 강아지를 맹도견으로 전문적으로 훈련시켰으면 하는 바람에 훈련소로 보낸다.


그곳에서 장님인 와타나베를 만나고 무뚝뚝하고 고집스런 주인을 만난 퀼은 우여곡절끝에 주인과 떨어질 수 없는 맹도견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주인의 죽음을 맞고 퀼 역시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었던 듯, 퀼은 조용히 숨을 거둔다.


퀼은 12년을 살았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60살 정도를 산 셈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진 퀼의 모습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앞으로 보지 못하는 주인을 보호하고 배려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그 어떤 사람보다 나아보인 장면들이었다.


턱에 걸려 넘어지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몸을 기울여 주인을 가로막는 모습은 아무리 훈련이 잘되었다고 해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사실 앞을 볼 수 없다는 핸디캡은 그 어떤 것보다 힘들다. 처음엔 사람도 아닌 개를 믿을 까 의심도 했지만 사람은 제 싫으면 그만두고 떠나기 일쑤지만 맹도견은 주인이 자신을 버리기 전에는 결코 주인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퀼은 영화속에서 3번의 이별을 경험한다. 태어난 곳, 길러진 곳, 그리고 장님 와타나베씨, 늙어서 다시 처음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견의 모습에서 숙연해지는 마음까지 들었다.


일본 영화의 최고 장점은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소소한 장면을 감동으로 연결시키는 연출력이라고 본다. 영화 퀼은 그동안 거친 영화 만들기로 소문난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이 메가폰을 든 작품으로 영화 보는 내내 참 보드랍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속 퀼로 나오는 개는 모두 4마리가 동원되었다. 울고 짜는 신파도, 강요된 억지도,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액션도 없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지만 보는 동안 가슴이 뭉클거려 혼났다. 사람보다 나은 개는 있어도 개보다 못한 사람은 없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