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 싸우지 말고 잘 살아야죠

효준선생 2010. 1. 30. 00:32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중에 가장 히트 친 대사가 4주간의 조정기간을 드리겠습니다 인데 이혼을 고려할 만큼 심각한 관계의 부부에게 제시되는 숙려제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그 전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시간을 주는 제도다. 이것은 욱하는 심정에서 갈라서는 부부가 많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숙려제도로 인해 이혼이 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미국에서도 유사한 케이스가 있어 이걸 소재로 옮긴 영화가 한편 등장했다.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역시 별거중인 부부가 우연히 사건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킬러의 위협을 받게 되자 부부는 원치 않는 도피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증인보호 프로그램이라는 것 때문에 부부는 그동안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한다는 이야기로 물론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전체적인 얼개는 이런데 그럼 그 부부는 왜들 그렇게 치고 받고 싸웠을까 그 속내가 궁금하다. 이야기는 부부가 시골 오지로 들어가 이런 저런 해프닝을 겪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풀어내면서 알 수 있었다. 결정적 요인으로 남자의 바람때문인 듯 싶었는데 미국도 이런 문제는 일종의 믿음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남자의 바람문제,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여자, 거기에 심드렁한 남자, 그들은 잘 나가는 변호사와 공인중개사로 일하며 부는 이루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 그리고 자기 주장만 일삼아 결국 곪아터진 것으로 보였다. 


결혼도 하나의 계약이니만큼 그것을 준수하지 않으면 해지 사유가 되고 일방이 원치 않아도 상황에 따라 성립이 된다는 전제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도 별거 도중에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했다는 설정인데, 한국과 좀 다른 것이 이들은 너도 그랬고 나도 그랬으니 피차 일반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서라면 가능할 이야기일까.


아니면 차라리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가 점점 꼬여가지만 이들을 한데 융합시켜 준 것은 상당히 어리숙해 보이는 킬러의 공격을 받고나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부가 시골이라고 우습게만 보았던 그곳, 그곳의 주민들이 나서서 부부의 위기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영화 중반에 이런 말이 나온다. 레이에서는 자동차에 키를 그냥 꽂아둔다. 급한 사람은 이용하고 나중에 돌려주는 식이다. 도시에서는 안그러냐고?

이말을 듣고는 멀뚱한 표정을 짓는 도시 부부, 도시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시골의 풍광이 펼쳐진다. 그리고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뉴욕과 시카고라는 메가시티에서 살던 부부에게는 그런 모습이 불편해 보이지만 이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은 시끄러운 주변에 방해 받지 않고 서로의 소통에 매진해서가 아닐까 싶다.


지금처럼 한국의 통치자와 국민들이 소통이 안되는 이유도 서울이라는 시끄러운 공간에서 각기 제말만 하려고 해서가 아닐까? 비단 부부 뿐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 저 사람과는 말이 안통해라고 치부하고 상대도 안하기 일쑤지만 도시를 떠나 고요한 시골에 앉아서 할 수 있는 대화라면 못할 얘기가 없을 듯 싶다.


시티 앤 섹스의 히로인 새러 제시카 파커는 이 영화에서 조금은 이기적인 뉴욕 된장녀로 나오며 영국의 댄디가이 휴 그랜트는 멀뚱거리는 특유의 눈동자를 굴리며 시골 생활에 꽤나 적응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알고 보니 실제로 레이라는 와이오밍에 있는 시골마을에서 가장 즐거워 한 배우는 바로 휴 그랜트였다고 한다. 영국에서 전원생활을 오래 해서라고 한다.


지금 부부간의 사이에 문제가 있다면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거기에 너른 들판이 펼쳐진 레이의 풍광은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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