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2 - 세상에 이런 아수라장이 따로 없군

효준선생 2010. 1. 26. 00:56

 

 

 

 

 

 

 

 

새술은 새 푸대에 라는 말을 하면서 조직을 일신하거나 새롭게 그룹에 조인하는 사람을 환영하는 치사로 대신하곤 한다.

후속편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후속편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엄청나게 반갑지도 않은 영화가 바로 주유소 습격사건2였다.


사실 전편이 나왔던 99년말은 세기말이니, imf니 해서 세상이 매우 암울했던 때로 기억한다. 그런 몽매한 분위기를 신나는 폭력이라는 도구로 싹 쓸어버리자는 메시지는 당시 관객들에게 상당한 충격과 개운함을 가져다 주었다. 당시에는 비디오 대여점이 호황이던 때라 나오자 마자 빌려다 본 기억이 난다.


전편과 비교하자면 미안한 점이 있다. 하지만 같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같은 장소에 같은 명수의 주연배우, 그리고 김수로의 우정출연등등 비교하라고 그렇게 짜놓았으니 조금만 비교를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것보다 주연 4인방의 캐릭터가 별로 였다. 솔직히 이 배역들을 맡은 배우들에게도 불만이다. 캐스팅이야 알아서 했겠지만 10년전 전편에서 나온 배역과 배우들은 지금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성재, 유오성, 강성진, 유지태...당시에도 지금까지도 그들에게서 풍기는 강력한 이미지들...그런데 2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자신이 어떤 연기를 해야 전편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몸사림이 보였다. 이성재가 팀의 리더로 활약했다면 2편에서는 리더가 부재해 보였다. 지현우와 조한선 역시 이성재의 캐릭터에는 한 참 못 미쳤고 자신에게 부여된 캐릭터만 간신히 소화하느라 급급해 보였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주유소를 털어야 하는 이유도 부실하고, 해결방법도 진부했다. 


그리고 무대가 되는 주유소, 역시 박영규가 사장을 맡고 있는데, 왜 그들은, (그들 4명뿐이 아니다. )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많은 수의 무리들은 유독 그 주유소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지, 볼일을 다 봤으면 얼씨구나 하고 내빼야 하는 것 아닌가. 떠날 것처럼 말하다가 다시 주저않고 밍기적 거리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하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관객들에게 아까 그일이 도화선이 되어서 잠시 후 대폭발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긴장감을 주지 못했고 태클을 거는 무리들이 나타났어도 전혀 긴장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반대편 세력에 강력한 포스의 악당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영화를 중반쯤 보면서 전에 김수로가 철가방으로 나와 정말 웃겨 주었는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아니다 다를까 이번에는 총알택배로 등장했다. 그 역시 전편을 통해 급부상한 단역배우 출신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번 우정출연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나와도 안나와도 아무런 상관도 없는 비중없는 배역임에도...


영화는 2층 방에서의 권력다툼, 그리고 주유소 마당에서의 사회비판을 담으려고 한 듯 싶다. 그런데 그게 너무 진부하게 드러났다. 주인임에도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저 캔으로 레고놀이나 하는 박사장, 하도 많은 무리들이 교차출연, 동시출연을 하는 바람에 적이 우군이 되고 우군이 적이 되는 아수라장 같은 주유소 앞.


느닷없이 여성을 때리면 안된다는 페미니즘을 주창하면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두 명. 뭐니?

그 뒤에 병품처럼 서있는 명랑이와 모델 언니들...너희들도 좀 싸우면 안되겠니? 오빠들은 코피 터지게 싸우는데...


조중일보와 동향일보를 등장시켜 조중동 신문을 비꼬는 것은 좋았지만 그들의 행패를 드러내는데도 실패한 듯 싶었다.


리뷰를 쓰다보니 결국 수많은 에피소들을 나열하고 그게 이상하다는 식으로 전개되고 말았다. 그렇다. 주유소가 하나의 사회라면 그안을 지나치는 사람, 그리고 그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무질서와 막가파로 대결하는 세상, 그게 지금의 한국사회고 결국 힘 센 놈만이 살아남는 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은 대성공이다. 하지만 흥행작의 후속작품임을 내세워 전작의 아스라한 추억에 기대어 본전만 찾자고 어설프게 만든 작품이라면 이 영화는 대실패다.


그럴리 없겠지만 3편이 만들어진다면 좀더 개연성있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진 다음에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울리는 배우들도 좀 쓰고... 그리고 기왕 만들거면 전작에 나왔던 장면을 너무 많이 가져다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보고 있자니 마치 1편을 패러디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