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비 - '영웅'과 동시대를 살았던 그들, 삶의 애환을 이야기 하다

효준선생 2010. 1. 22. 01:35

 

 

 

샤론 스톤이 데미무어의 머리를 만져주다니...

 

 

 

린제이 로한에게 촛점이 맞춰진 이유는...

 

 

저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영웅의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총에 맞는다.

 

 

 

2010년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히어로는 누구일까? 누굴까 잠시 생각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후학들에게는 좋은 師表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없다.

1968년 6월 미국인들에게 로버트 케네디라는 인물은 막 떠오르는 히어로였다. 그의 배경이나 인물이 아니라 그가 했던 말, 그리고 그의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신선함을 느끼고 그를 마음속에 담아 두기 시작했다.


영화 바비는 바로 그 로버트 케네디의 사망일을 정가운데 두고 아침부터 피격이 있던 시점까지를 그린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국인들의 영웅을 그리는데 매우 인색하다. 아니 영화를 다 봐도 케네디가 그날 무엇을 했는지 잘 알 수 없다. 그건 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포커스가 영웅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영웅이 그토록 바꾸고자 했던 그 시대의 퇴폐와 암울을 동시대를 살고 있는 소시민을 통해 그려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68년은 자유로와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압의 시기였다. 젊은이들의 고민은 하나였다. 원치 않는 전장으로 투입되어 개죽음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극중에 선거원으로 나오는 샤이어 라보프는 동료와 함께 엉뚱하게도 히피로부터 마약을 얻어 핀다. 그게 그들에게는 현실을 도피하고픈 환각이었다.

영화의 주 무대는 앰버서더 호텔이다. 당시 최고급 호텔로 그안에는 수많은 종류의 인간 군상들이 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 카메라는 맨 밑바닥 하층민부터 훑기 시작한다. 멕시코에서 온 젊은이, 그의 바람은 그날 저녁 다저스의 야구게임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야근에 걸려 그럴 수 없다. 그는 절망하지만 자신의 처세에 대해 확실하게 정의내린다. 식당 매니저에게 티켓을 줘 버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려고 한다. 속이 쓰리지만 당시로서는 귀한 라디오를 얻어 방송을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식당 중간 지배인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총지배인에게 매일 들볶이면서도 자신의 밥그릇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쓴다. 힘들기는 총지배인도 마찬가지다. 그의 부인은 같은 호텔 미용샵에서 근무를 한다. 나이가 들었어도 매력적이지만 그는 부인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호텔 교환원과 밀회를 갖는다.


그날 호텔에는 많은 인사들이 찾아 왔다. 중년 부부, 부인은 쇼핑과 치장에 관심이 많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물끄러니 바라본다. 행복해 보이면서도 불안해 보인다. 당대의 인기 가수, 남편이 매니저지만 알콜중독에 걸려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 그리고 호텔 오너, 초로의 그는 친구의 말벗이 되어 주며 인생의 낙조를 그리며 살고 있다.


그리고 알고 지내는 남자가 전쟁에 가지 않게끔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해주는 여자, 그녀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 수반되지 않는 결혼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에 대해 알아간다.


영화의 전반부는 위에 언급한 인물들의 행동거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일견 복잡해 보이고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짤라 붙인 것처럼 정신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당시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또하나 그들 중 대다수는 영화 말미에 폭발하는 클라이막스에서 희생자가 된다는 설정이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고루 섞어 짜깁기를 했다. 케네디의 연설 장면은 자료화면으로 끼워 넣었으며 그래서 극중 케네디의 대역은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총격장면에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성장기의 미국사회의 보편적인 인물군상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히어로를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 하며 그곳에 모인 인연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전반부 사람들의 동선이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로 이어짐에 있어 짜임새가 헐겁다는 단점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저들이 나중에 어떤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면 눈여겨 보아야한다. 그래야만 이 영화가 왜 재미있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68년이면 내가 태어나기 전 직전이다. 그 당시 바다 건너에 살던 사람의 고민과 그들의 행색을 들여다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모두 쟁쟁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어떻게 그들을 끌어다 모았는지도 궁금하고, 이름은 다 모르지만 저 배우 눈에 익는데 하는 배우들 때문에 호기심이 만발하게 된다. ‘저 배우 그 영화에 나온...‘재미있는 사실은 데미무어는 알콜중독자로, 애쉬튼 커처는 약물중독자 히피로 등장한다. 둘은 연상녀 연하남 부부다.


그날 영웅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다가 부상을 당한 사람들은 다행히도 죽은 사람은 없었다고 자막으로 알려주었다. 이제, 2010년 오늘 대한민국의 영웅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40여년전 미국 이야기지만 자꾸 근자의 한국과 비교되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