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주문진 - 사랑을 잃고 귀신처럼 살아가는 아이돌 가수

효준선생 2010. 1. 20. 01:16

 

 

 

 

 

 

실연의 상처를 받는 순간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가장 먼저 받을까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어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노나 배신감 같은 공격적인 심리기제가 사라지고 공허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백지영이 이런 상태를 총맞은 것 처럼이라고 노래를 불렀다. 빈가슴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늘 함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그걸 사랑이라고 믿었는데 그 사랑이 사라져 버렸으니 어쩌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쓰라림이 수반 될 것이다.


청년이 있다. 엣지 있게 장발 머리를 하고 사랑을 잃어버린 듯 하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은 실연상태라면 먹지도 마시지도 씻지도 않을 텐데 이 청년은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좋은 샴푸로 감고 드라이를 정성스레 하는 모양이다. 언제나 에스닉한 의상을 갖춰 입고 강원도의 어느 산장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산다.


영화 주문진은 꼬집을 게 너무 많은 영화다. 그런데 딱 한가지, 그 청년의 잃어버린 사랑으로 나오는 여자가 무척이나 예쁘고 나중에 만난 여자도 상당히 귀엽다. 그게 부럽다.


산장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장사가 안되자 바닷가 횟집주인에게 운영을 맡긴다. 그 집 조카딸이 산장에 와보니 귀신이 아니라 꽤나 멋지게 생긴 남자애가 귀신행세를 하는 것이다. 한눈에 반한 여자는 청년이 귀신인지 아닌지 묻지도 않고 그를 따라 다닌다.


청년의 행각은 관중도 극중인물도 그리고 연기하는 자신도 속이는 것 같다. 거울안으로 스르륵 들어가고 트럭과 부딪쳐도 절대 죽지 않는다. 그렇다면 귀신인가. 잘모르겠다.

그 다음은 여자, 아마도 어린 시절 아빠와의 추억, 그리고 사별. 남겨진 유산 같은 스톱워치에 애착을 넘어 집착을 한다. 그것을 청년이 쥐었다 폈다를 하니 스톱워치에 무슨 사연이 있는 듯 한데 그것도 영화 끝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피아노, 아마도 죽은 여자친구가 쳤던 것 같은데, 청년에 피아노에 대해서도 그다지 미련을 갖지 않는다. 여자가 조금 쳐 보지만 그것을 방해하거나 혹은 청년이 이어서 연주하는 모습도 없다.


조연들, 그냥 거기에 서있다. 무슨 역할인지 궁금하다. 뒤를 받쳐주지 못하니까 여배우만 힘들게 달리고 오버액션을 하느라 죽어난다.


영화의 종착역이 다와가지만 영화가 정말 하고픈 얘기는 이미 앞에서 다하고 더 이상 극적인 내용이 없다. 여자친구는 마치 현실속의 그것처럼 나중 여자에게 청년을 양도한다고 하니 어쩌면 셋다 귀신인지, 아니면 귀신에 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엔딩 부분은 더욱 황당스럽다. 옷가지등을 태우고 나서는 노란 후드티를 나란이 갈아입고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 둘, 뒤에 보이는 강릉 근처 주문진 바다가 싱그럽긴 한데, 이 아쉬움이란...


청년역할을 맡은 김기범은 팬덤에 기댄 바가 크다. 연기력이나 대사는 그의 마스크에 미치지 못한다. 여자역의 황보라, 주변 여건이 안좋으니 혼자서 동분서주하고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 대들지만 힘겹다. 왜 그렇게 힘들어 보여야 하는 건지... 죽은 여자 친구로 나온 박하선, 기대주다. 올 연말에 분명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도다리에서도 인상깊은 연기를 해냈고 과거 미녀 배우의 얼굴을 조목조목 따온 비주얼도 좋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더욱 예뻤을 텐데...


감독 하명중, 80년대 이후 태어나 젊은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안성기와 박중훈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전, 마지막 멜로배우였다. 그러나 이 영화 대사톤과 배경처리는 마치 70년대 후반 청춘물과 진배없어 보였으니, 세월은 흘렀고 관객의 눈높이는 이미 아바타에 와있음을 잠시 깜빡한 모양이다. 


영화 감상은 즐거워야 한다. 시사회는 자기 돈내고 보는 것과는 좀 다른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한다. 보기 싫고 성에 안차면 그냥 군소리 없이 나가면 된다. 보는 내내 툴툴 거리고 한숨을 내쉬고 옆의 여자친구에게 나가자고 졸라봐야 김기범 보는데 빠져있는 "그녀들이" 들을 리 만무하다. 시사회를 “친구따라와서 공짜로 영화보는 것”이라고만 해서는 난감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위의 그 "녀석들"처럼...


영화 주문진은 많이 아쉽지만 나름대로 기발한 소재가 관심을 끌만했다. 하지만 몇몇 배우들의 엉성한 연기력과 종잡을 수 없는 연출로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어려울 듯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극으로 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적 콘텐츠로는 부족하지만 연극으로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원소스 멀티 유즈 시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