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웨딩드레스 - 떠날 사람과 남겨질 사람의 담담한 이별여행

효준선생 2010. 1. 8. 00:59

 

 

 

 

 

 

 

대놓고 슬픈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관중이 손수건을 꺼내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대놓고 웃기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관중이 웃음을 터뜨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걸 보면서 웃을 때는 그 이야기가 마치 내 얘기 같아서 그래서 동조를 하는 것 뿐이다. 말 장난이나 슬랩스틱이라고 하는 몸개그,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코미디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질이라고 비웃을 뿐이다.

슬픈 영화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새드 코드로만 무장할 수 없다. 시작은 비교적 코믹스럽게, 그러다 슬플 수 있는 요소를 툭툭 터뜨리면서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모습이 관중을 몰입하게 만들고 이런 류의 영화는 비록 신파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눈자위를 뜨겁게 만들 수 있다.

작년에 본 킹콩을 들다나 국가대표의 경우 이런 노선을 차근 차근 밟아갔다. 그런데 영화 웨딩드레스는 앞 부분이나 끝부분이나 손으로 들어 가늠을 해보자면 굴곡이 너무 없어 보였다. 멀쩡하다가 갑자기 아프고 갈등구조의 사람들과 갑자기 친해지고 등장인물들과 여주인공의 관계도 헐겁기만 하니 죽음을 앞둔 사람의 이야기임에도 그녀가 죽는 다는 사실에 하나도 슬프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낯선 질병으로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않았다면 감독은 전적으로 죽는 자와 남겨진 자 사이의 관계정리를 목표한 것처럼 보인다.

슬픈 영화를 표방한 듯 싶지만 여주인공의 죽음이 슬프지가 않다면 그건 문제가 심각한 셈이다. 왜 슬프지 않았을까.

일단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다.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지만 모델하우스같은 아파트에서 별로 아쉬울 것 없이 살고 있다. 물론 차도 있다. 잘 사는 여자라서 슬프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아마도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모양이다. 그 사실에 대해서도 별다른 코멘트가 없다. 주변인물들이 수군거리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아무리 자신의 병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고 해도 자기가 죽으면 딸아이가 어찌 될지 걱정이 된다면 미리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무척이나 쿨한 모습으로 웃는 여주인공의 얼굴은 좀 뻔뻔스럽기 까지 했다. 그래놓고는 진작 딸아이에게 잘해줄 걸이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은 엄마 맞나 싶다.

오히려 어린 딸이 더 대견스럽다. 엄마의 죽음을 감지하고도 자신이 알았다는 사실에 대해 엄마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는 모습,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몇가지 콤플렉스(결벽증, 사람과의 관계등)를 고쳐가며 죽을 엄마에게 보여주려는 모습등, 이런 장면이 더 슬픔의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었는데 잠시 부상하다 만 잠수함처럼 이내 가라앉고 말았다.

딸아이의 이런 콤플렉스 또한 편모 슬하의 아이들에게 나오는 일종의 애정 결핍으로 보여졌다. 그렇다면 플래시백을 통해서라도 조금 설명을 해주면 어떠했을까 싶다. 

또하나 여주인공과 가족, 그리고 기타 조연들과의 관계도 있으나 마나 한 것 처럼 보였다. 오빠와 언니 그리고 웨딩샵 사장, 태껸 사범등이 출연하는데 이들의 존재가 왜 필요한 지 모르겠다. 그나마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외숙모로 나오는 전미선의 역할이었다. 난 차라리 아이의 엄마역할로 전미선이 맡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녀는 여러 전작에서도 보여주었지만 정말 진지하게 연기한다. 마치 실제 아이의 엄마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의 친밀도가 느껴졌다.

슬픔을 느껴야 할 눈물 콧물 범벅인 장면에서 오히려 저정도로 눈물을 흘리려면 아이가 연기하느라 무척이나 힘들었겠다는 딴(?)생각이 드니 몰입은 물건너 간 셈이다.

영화에는 복선도, 반전도, 해프닝도 소위 와꾸가 잘 들어 맞아서 제자리에 있어야만 보는 관중도 신나라하고 볼텐데 영화 웨딩드레스에는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이 부재하다. 루즈하게 펼쳐진 장면들을 심드렁하게 보다가 어디선가 훌쩍거리는 근처의 관객들에게 관심을 주다 극장 문을 나선 셈이다.

그래도 엄마가 디자인 한 웨딩드레스를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 소라가 성인이 되어서 그걸 입게 되었다는 설정, 그것 때문에 엄마가 손님에게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 어쩌면 자신이 재혼할 때 입었을지도 몰랐을, 그 웨딩드레스 그 부분이 인상에 남았다. 하지만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기전에 퇴장한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엔딩 타이틀에 성인 소라 아무개 라는 자막을 보고 언제 나왔지? 라고 궁금해 하던 찰나 왼쪽에 나타나는 엄마가 디자인해준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소라...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여성들에게 웨딩드레스는 인생의 가장 큰 로망이지만 남성들에게 턱시도란 별로 입고 싶지 않은 통과의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