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리틀 애쉬 ; 달리가 사랑한 그림 - 천재 화가의 비밀이 공개되다

효준선생 2010. 1. 7. 00:58

 

 

 

 

 

 

 

 

자신의 지나간이야기를 터 놓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특히 치부나 다름 없었던 젊은 시절의 성적 취향에 대해서 말이죠.

20세기 초 스페인의 유명한 화가였던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 적 이야기 중에서 시인 페데리코 로르카와의 동성애를 영상으로 옮긴 영화 리틀애쉬는 그들이 보여준 예술혼 못지 않게 충격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만난 둘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선천적인지 아니면 예술을 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아우라인지 모르지만 유난히 서로에게 천착하게 되면서 둘의 관계가 점점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이어지죠. 물론 보는 관중들은 부담스러워 지구요.

당시 스페인은 평화와 내전이 반복되는 불안한 사회였습니다. 그들은 예술을 이유로 더 깊숙이 자신들만의 세상안으로 파고 들었으며 그들의 예술세계는 다른 이들로부터 찬탄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시와 미술을 매개로 서로에게 영감을 나누던 그들은 바닷가로의 여행을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 지는 계기를 마련한다.

바닷가에서의 여행, 그들의 가까워짐을 표현하는 바닷속의 유영장면, 그리고 이내 일상으로 돌아온 녹록치 않은 현실, 또다른 친구였던 나중에 유명 감독이 되는 루이는 그들의 관계를 의심한다. 또 그들 사이에 가교역할을 했던 유일한 여성인 막달레나는 동성애와 이성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로르카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 장면이 달 리가 그나마 정신을 차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전쟁이 격화될 즈음, 달리는 파리로 떠나 그곳에서 정착하고 시간이 흐른뒤 로르카를 초대합니다. 하지만 달리에게는 이미 반려자가 있고 로르카는 달리가 더 이상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죠. 스페인으로 돌아온 로르카는 진보정당의 일을 맡아 하다가 정적에 의해 사살되고 이 일은 달리의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로르카의 죽음을 알게 된 달리는 통곡을 하며 캔버스위에 자신을 던진다. 검은 물감을 뒤집어 쓴채...


여기까지 얘기하면 영화 리틀애쉬의 전반적인 톤은 핑크빛 무드가 강렬했겠구나 생각이 들겁니다. 온통 사랑타령이니 말이죠. 그런데 그게 어찌 된 일인지 분홍이 아닌 갈색으로 보이는 게 남녀 사이가 아니라 음습하기까지 한 남남커플의 행위인지라 민망함이 극에 달하게 만듭니다. 혹시나 둘의 시선이 마주치게 되면 그 정도에서 그만이라는 소리가 입가에 맴돌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극도의 선정적인 장면이 마구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퀴어적인 요소를 줄이고 달리가 구축해 놓은 예술세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그가 그린 그림이 몇 점 소개되는데 교과서에서 배웠던 초현실주의 작가의 대표주자로서의 그의 화풍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로르카의 죽음 이후 달리는 미술 뿐이 아니라 영화와 건축등에서도 그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천재는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사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남을 이기기 위해 자신은 엄청 달려야 했다고, 마치 광기를 가지고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하나는 작품에 또다른 하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동성애에 대한 고민에 쏟아 부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리틀 애쉬는 그의 작품명 리틀 애쉬스에서 따왔다고 하고 영화속에서도 잠시 보여집니다. 

뉴문의 히어로 로버트 패틴슨은 여전히 그 허여멀건한 얼굴로 많은 여성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여들이는 힘을 발휘했고 아주 잠깐이지만 그의 체모가 노출될때는 다들 깜짝 놀라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기대하지 않은 보너스 인가요?

하지만 나이가 든 후반부에 보여준 수염붙인 그의 얼굴은 희극적이다 못해 아주 우스꽝스러워서 대사는 귀에 안들어 오고 그의 수염만 주목하게 되더군요.

비록 결혼은 했다지만 별로 순탄치 않아 보이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을 보니 왜 천재예술가의 삶이란 일반인과는 다른 모습일까, 무려 여든 다섯 생애를 사는 동안 그는 진정 행복하였을까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