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리바운드 - 가족의 탄생의 뉴욕 버전

효준선생 2010. 1. 7. 01:28

 

 

 

 

 

 

 

 

남성들 중에는 아내가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육아와 가사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 된다면 그것을 수용하고 자신이 이십년 넘게 갈고 닦은 능력을 사장시키는 여성분들도 계시죠.

한국에서도 아녀자는 고로 집안에서 살림 잘하는게 최고의 덕목이라 하면 주저 앉히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집니다.


샌디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시골에서 아이둘을 키우며 가사와 육아에만 전념하는 전업주부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의 노트북안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동영상을 목격합니다. 그녀는 분노하면서 바로 별거를 선언하고 아이들을 데리고는 뉴욕으로 갑니다.

아는 사람하나 없는 그곳에서 커피점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애럼을 만나게 됩니다. 애럼은 대학 졸업후 정상적인 취업을 하지 않고 이런 저런 일을 하는데 샌디는 그런 그에게 아이들을 좀 돌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막말로 보모가 된 셈입니다.


물론 자신은 전업주부 당시 집안에서 인터넷으로 수집한 스포츠 선수와 관련된 통계자료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취업을 하지요. 바로 여기서 남자와 여자의 입장이 뒤바뀌게 됩니다. 샌디는 뜻밖의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고 아이들을 돌보는데 선수인 애럼은 마치 아이들과 친구겸 아버지처럼 지내게 됩니다. 몇 개의 에피소드를 건너 샌디와 애럼은 마치 연인처럼 행세를 하고 이혼을 결행한 샌디는 뜻밖의 소식에 난감해 합니다.


리바운드는 농구에서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는 공을 잡는다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리바운드는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애럼이 아이들과 농구를 하는 장면이 좀 나오고 샌디가 스포츠 통계처리를 할때 농구팀이 언급이 되지만, 대체 왜 이런 단어를 제목으로 단 것일까요. 그것은 어쩌면 인생에 있어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비쳐지는 지금의 삶에 새로운 도전, 즉 다시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 싶어요.


서구에서 만든 영화지만 동양적 가치관이 많이 들어간 영화였습니다.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을 하고, 극중에서 전 남편이 찾아와 재결합을 하면 아내에게 일을 조금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좀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샌디도 처음에는 뉴욕에서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겨 베이비 시터에게 일당을 주지 못할 정도였을때는 난감했었겠지요. 그리고 또하나 직업관을 꼬집고 싶어요. 애럼의 부모님은 대학물을 먹은 애가 왜 커피점에서 일을 하고 보모일은 왜하냐고 공박을 하는 것을 보니 차라리 애럼처럼 직업에 대해 일단 하고 보자는 마음가짐이 지금 이 시대에는 더 필요한 것처럼 보이더군요. 자기는 대기업아니면 안간다고 버티는 한국의 대학생과 비교하자면 말이죠. 근데 알고 보니 유수한 대기업에 떡하니 붙었음에도 보모일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 그일을 포기했다는 애럼의 말은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것.


여러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믿고 계신가요? 그럼 즐기면서 하세요. 그럼 지금은 많이 늙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캐서린 제타 존스같은 여자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또 이 영화에서 캐서린의 아이들로 나오는 남매는 어찌나 영악하게 연기를 하는지, 아이들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추운 날, 갑자기 보게 된 영화  더 리바운드였습니다.